백혈병·혈액암 환자는 수혈을 많이 받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항암치료를 받으면 적혈구·혈소판·백혈구 등의 혈액수치가 크게 급격히 떨어져 빈혈이나 출혈, 감염으로 생명까지 잃을 수 있다.
수혈 받은 환자들에게 혈액은 생명을 살리는 치료제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헌혈하고 받은 헌혈증서는 환자들의 수혈비용을 절감시켜 준다. 주위에 백혈병·혈액암 환자가 생기면 가족·친척·지인들이 헌혈증서를 모아서 환자에게 전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02년 6월 15일 창립된 한국백혈병환우회는 백혈병, 림프종, 골수형성이상증후군, 다발골수종, 재생불량성빈혈 등과 같은 피가 아픈 혈액암 환자와 환자가족들이 서로가 생명의 버팀목이 되어 함께 완치를 위해 투병하는 환자단체이다. 현재 1만5000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 수혈을 가장 많이 받는 수혈자단체이다. 백혈병환우회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헌혈증서를 수집해 필요한 환자들에게 전달해 수혈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백혈병환우회는 환자 1인당 우선 50장을 지원하고, 필요할 때마다 50장씩 추가로 지원하고, 50장 이상이 필요한 경우에도 신청하면 전부 지원하고 있다. 하루 평균 환자 4명에게 헌혈증서를 지원하기 때문에 하루 약 2백장의 헌혈증서가 필요하다. 헌혈증서 지원이 곧바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퇴원하는 환자들이 수혈비용을 전액 지불해야 하므로 열흘치인 2천장을 재고문으로 가지고 있다. 문제는 작년 11월 29일 헌혈증서 재고분까지 모두 바낙 나 백혈병환우회에서 헌혈증서 기증을 호소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후 헌혈증서를 기증하는 개인, 단체, 기업, 군부대가 하나둘씩 늘어났다. 헌혈하고 모아둔 헌혈증서 100장을 기부한 대구에 사는 김기현 씨를 포함해 개인 48명이 헌혈증서를 기증했다. 이전에 보건복지부 혈액관리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던 아시안엔 이상기 발행인과 한국언론진흥재단 이희용 경영본부장도 헌혈증서를 기부했다. (사)중구시민연대, 함께하는 교회, ㈜펜타메딕스, 부산서부경찰서 생활안전과, 서울강서경찰서 생활질서계,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국군방첩사령부 868경호대, 서울중앙혈액원 나누미헌혈봉사회,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강원지방우정청 등의 단체·기관에서도 헌혈증서를 기증했다.
지난 3월 30일에는 대한민국 공군에서 헌혈증서 3860장을 기부해 대한민국 공군 부사관단장 이원희 원사와 한국백혈병환우회 이은영 사무처장이 참석한 가운데 헌혈증서 기증식을 가졌다. 이번에 기증한 헌혈증서는 공군 부사관단에서 작년 한 해 동안 공군부대 장병들이 헌혈 후 보유하고 있던 헌혈증서를 자발적으로 모은 것으로 총 3860장이다.
백혈병·혈액암 환자들이 주로 수혈받는 성분채혈혈소판 1팩(1unit)당 혈액수가는 15만3940원이다. 백혈병·혈액암의 경우 환자 본인부담율이 건강보험 적용 시 5%이고, 비급여 시 100%다. 성분채혈혈소판 수혈을 받은 백혈병·혈액암 환자에게 헌혈증서를 지원하면 헌혈증서 1팩당 7697원~15만3940원의 수혈비용이 절약된다.
이번에 대한민국 공군에서 한국백혈환우회에 기증한 헌혈증서 3,860장을 수혈비용으로 환산하면 약 3000만 원~5억9000만 원의 의료비 혜택이 백혈병·혈액암 환자들에게 돌아간다. 공군부대 장병 3860명이 헌혈로 투병 중인 환자들의 생명을 살리면서 헌혈증서 기부로 수혈비용까지 지원하는 일석이조의 봉사를 한 것이다.
공군부사관단장 이원희 원사는 “지속적인 헌혈자 감소로 인해 환자들에게 필요한 손길이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소중한 생명을 지켜내고 자그마한 보탬을 드리고자 기부하게 되었다."며, "특히, 환자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하루 빨리 건강을 회복하시길 소망하며 지속적으로 국민을 위해 사회에 봉사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이은영 사무처장은 “코로나19의 영향과 지속적인 헌혈자 감소로 환자들에게 필요한 혈액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군 장병들이 헌혈로 생명을 나누고, 헌혈증서 기증으로 백혈병·혈액암 환자들의 수혈비용 부담까지 줄여주는 훈훈한 모습에 마음이 든든해졌다. 기증한 헌혈증서는 필요한 환자들에게 소중히 전달 드리겠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