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의결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주재한 제14회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이 법안은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농가 소득을 높이려는 정부의 농정 목표에도 반하고,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간 정부는 이번 법안의 부작용에 대해 국회에 지속해서 설명해 왔지만 제대로 된 토론 없이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이는 윤 대통령 취임 후 ‘1호 법률안 거부권’이 됐다.
거부권 행사는 앞서 양곡법 개정안이 지난달 23일 야당의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지 12일 만이다.
해당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사들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정부의 정책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는 “우리 농정의 목표는 농업을 생산성이 높은 산업으로 발전시켜 농가 소득을 증가해 농민들이 살기 좋은 농촌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시장의 쌀 소비량과 관계없이 남는 쌀을 정부가 막대한 혈세를 들여 사들여야 한다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더라도 이렇게 쌀 생산이 과잉되면 궁극적으로 쌀의 시장 가격을 떨어뜨리고 농가 소득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재의요구권이 발동함에 따라 양곡관리법은 국회 본회의에서 다시 심사될 예정이다. 해당 법안이 재의 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재적 인원 과반이 출석해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양곡관리법에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사실상 양곡관리법은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우주항공청 설립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도 논의됐다. 윤 대통령은 “우주 산업은 기술 혁신과 국가 안보 등을 이끌어가는 핵심 동력”이라며 “우주항공청은 최고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우주항공 정책을 총괄하고 기술 개발과 국제 공조를 통해 우주항공산업 육성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남부지방 가뭄 대책에 대해서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방치된 4대강 보를 적극 활용하고 노후 관로를 신속하게 정비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환경부와 관계부처는 댐과 하천의 물길을 연결해 시급한 지역에 물을 우선 공급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생활용수와 공업용수가 끊기지 않도록 가용 수자원을 총동원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아울러 “하천수를 저수지에 비축해 영농기 준비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며 “섬 지역은 해수 담수화 선박을 운영하는 등 비상급수 대책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지시했다.
조진수·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