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취임한 뒤 대부분의 자회사 CEO인선과 임원인사를 모두 끝냈다. 현재 유일하게 남아있는 것은 이원덕 우리은행장의 후임이 될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이다. 임 회장은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방법을 통해 차기 우리은행장을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새로운 선발 프로그램과 이를 통해 선출될 우리은행장이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차기 우리은행장을 선임하기 위한 ‘은행장 선정프로그램’이 가동됐다. 현재 은행장 후보군에는 총 4명이 선정됐는데, 이석태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장(부행장)과 강신국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부행장),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조병규 우리캐피탈 대표가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우리은행장 선임 절차와 관련해 “투명하고 객관적인 은행장 선임 절차를 만드는 것이 지배구조를 바꾸라고 하는 금융정책, 감독당국의 요구에 응답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떻게 보면 지주사 회장이 은행장을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을 내려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에는 내부적으로 은행장을 정했는데 이번에는 외부 전문가를 동원하고 여러 과정과 단계, 절차를 거쳐 진행한다”며 “새로운 시도이고 투명성이나 객관성, 전문성이 훨씬 담보될 수 있는 장치”라고 부연했다.
이번 은행장 선임 프로그램은 △외부 전문가 심층 인터뷰 △평판 조회 △업무역량 평가 △심층면접 등 4단계로 구성돼있다. 3단계까지는 경영진과 이사회, 노조 등이 참여해 투명한 검증 절차를 거친 후 숏리스트(최종 후보군) 2명을 추린다. 이어 4단계 심층 면접 후 최종 후보자 1명을 선임하게 된다.
우리금융의 선임절차는 그간 시중은행에서는 한 번도 시행하지 않은 방법으로, 일반적으로 은행장 선임은 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자추위 등에서 최종 후보자를 선정해 발표하고 이사회 승인 후 선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에 대해 임종룡 회장은 우리금융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의 파벌싸움을 종결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취임 이후 기자들과 만나 “한일, 상업은행 합병을 담당했었는데 그 당시 대단한 싸움이 있었다”며 “조직 문화를 새롭게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어젠다(의제)로 외부에서 온 만큼 어느 한 쪽에 편향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여년이란 시간이 흐른 만큼 많이 희석되고 통합 세대들이 올라오니까 점차 없어지겠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파벌 갈등이 남아있다”며 “제가 외부에서 온 만큼 어느 한 쪽에 편향되지 않고 객관적으로 (인사를) 하겠다는 접근이 제일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번 후보군에 올라온 4명의 인물들은 상업은행 2인(이석태·조병규), 한일은행 2인(강신국·박완식)으로 반반씩 구성됐다. 이들 중 임 회장은 ‘현장 경험’과 ‘영업력’을 중점으로 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실제로 4인 후보들 모두 현장 경험이 충실한 인물들이다.
이석태 부행장은 1964년생으로 상업은행 입행 후 우리은행 압구정로데오지점장, 전략기획부장, 미래전략부장 등을 지냈다. 이후 우리금융지주에서 전략기획단 상무, 신사업총괄 전무, 사업성장부문 부사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우리은행 영업총괄그룹 집행부행장에 이어 3월부터 국내영업부문장 겸 개인그룹장을 맡고 있다.
조병규 대표는 1965년생으로 상업은행에 입행한 뒤 우리은행 강북영업본부장, 준법감시인, 경영기획그룹 집행부행장, 기업그룹 집행부행장 등을 역임했다. 3월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강신국 부행장은 1964년생으로 한일은행 입행 후 우리은행 여의도중앙금융센터장, 자금부 본부장, IB그룹 상무, 자금시장그룹 집행부행장 등을 거쳤다. 지난달부터 기업투자금융부문장 겸 기업그룹장을 수행하고 있다.
박완식 대표는 1964년생으로 한일은행 입행 뒤 우리은행에서 송파기업지점장, 채널지원부장, 중소기업그룹 상무, 개인그룹장 겸 디지털금융그룹장, 개인·기관그룹 집행부행장 등을 지냈다. 지난달 우리카드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금융권에서는 2023년 기준 영업전선 최전방에서 근무하고 있는 강신국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과 이석태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장을 유력한 후보로 꼽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자회사 CEO 인사가 끝난 상황에서 이들이 우리은행장이 될 경우 다시 자회사의 수장 자리가 비게 된다”며 “경영 공백 문제를 감안한다면 강신국, 이석태 부문장들이 좀 더 선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