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편방안을 논의하는 전원위원회가 20년 만에 열리는 가운데, 여야가 ‘의원 정수 축소’를 두고 강하게 충돌했다.
전원위원회는 오는 10일~13일 오후 2시마다 열린다. 토론 첫날인 10일에는 선거제도 관련 전반에 대해 의논한다. 11일과 12일에는 각각 비례대표제와 지역구 선거제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마지막날인 13일에는 선거제도 관련 전문가를 상대로 질의응답이 진행된다.
전원위에서 최종 수정결의안이 도출되면 정개특위는 이를 토대로 선거제 개편안 마련에 착수한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오는 27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선거제 개편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전원위 과정에서 여야 간 난상 토론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일 최고위원회에서 국회의원 정수 축소를 공식 제안하면서다. 김 대표는 “전원위에서 의원 수를 감축하는 것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최소 30석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의원정수를 줄이라는 응답이 57%, 세비 총 예산을 동결하더라도 정수를 늘려서는 안 된단 응답이 무려 71%”라며 “신뢰 회복을 위한 특권 내려놓기조차 없이 선거제도만 개편하자는 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지금의 300석이 절대적인 숫자인지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의 의원정수 감축 발언은 최근 당 지지율 하락과 최고위원들을 둘러싼 각종 논란 등 여러 악재를 타개하기 위한 일종의 ‘돌파구’ 차원으로 풀이된다. 국회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는 국민 여론에 호응하는 동시에 야권에서 제기되는 의원정수 확대 주장과 정반대 입장을 취하면서 ‘국면 전환’을 시도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은 물론, 위기 모면을 위한 인기 영합이라는 야당의 비판에 직면하면서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6일 “그럴 바에야 비례대표제를 아예 없애고 국회의원 100명을 줄이자는 얘긴 왜 안 하느냐”며 “무개념, 무책임 그래서 인기에만 영합하고 위기를 모면하려는 모습은 결코 국민에게 박수받지 못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의원정수 축소가 국회의원의 희소성을 높여 기득권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고, 사표 방지·비례성 강화 등 당초 선거제 개편 취지에 역행한다는 지적으로 해석된다.
박 원내대표는 거듭 “(여당이) 정치적으로 어려울 때마다 의원 정수를 무슨 약방의 감초인 양 꺼내 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집권 여당의 당대표로서 의원 정수 축소가 당의 공식 입장인지부터 밝히기를 바란다”고 외쳤다.
정치권 안팎에서도 여야 합의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특히 정의당은 그간 비례대표 확대를 통해 의원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만큼,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밀어붙일 경우 전원위 토론 과정에서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유정 민주당 전 의원은 지난 6일 ‘국회 라이브’ 방송에서 “기본 전제는 ‘의원정수 300명 고정시켜놓고 간다’였는데 김 대표가 30명을 줄이는 방안을 선언했다”며 “(기존 1~3안에 더해) 토론이 더 복잡해지지 않을까”라고 우려했다.
김용남 국민의힘 전 의원도 같은 방송에서 “역대 총선을 보면 항상 총선이 임박해서 선거법 개정이 이뤄졌다”며 법정시한 내 합의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는 “의원정수부터 중대선거구제 도입 여부와 방식, 비례대표 비중 순으로 논의해야 한다”면서도 “합의가 과연 될지 의문이 많다”고 전망했다.
이번 논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달 22일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킨 선거제 결의안에 담긴 3가지 안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결의안에는 국민의힘이 택한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와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소선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가 담겼다. 세 안 모두 의원정수 300명 유지를 전제로 한다. 당별 토론 인원은 의석 비율에 따라 민주당 54명, 국민의힘 38명, 비교섭단체 의원 8명이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