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1만6200원 아꼈습니다, 다음주 오마카세 갑니다”

“오늘도 1만6200원 아꼈습니다, 다음주 오마카세 갑니다”

기사승인 2023-04-08 06:05:01
지난 5일 오후 12시40분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앱테크를 하는 시민들 모습.   사진=조유정 기자

숨만 쉬어도 돈이 새어 나가는 기분이다. 점심시간이 지나니 2만원이 사라졌다. 밥 먹고 커피만 마셨을 뿐인데. 돈을 모으고 싶지만, 월세와 식비를 내면 남는 게 없다. 어떻게 새는 돈을 줄일지 막막하다.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 ‘짠테크’(짠돌이+재테크) 열풍이다. 지출을 1원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무지출 챌린지’를 인스타그램에 검색하면 게시글 5000개가 넘게 뜬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3주까지 무지출 챌린지를 실행한 이들의 경험담이 쏟아진다. 네이버 카페 ‘월급쟁이 재테크 연구 카페’에는 7일 하루 동안 16명이 무지출 데이를 선언하고 하루를 시작했다.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에게 무지출은 쉽지 않다. 무지출이 힘들면, 비효율적인 소비를 줄이는 방법도 있다. 점심시간만 신경 써도 티끌 모아 조금 더 큰 티끌을 만들 수 있다. 일상 속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아끼고 버는 방법을 소개한다. 모르면 나만 손해다.

지난 4일 서울 창천동의 한 돈가스 식당 앞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조유정 기자

오전 11시30분 : 식비만 아껴도 한 달 42만원

지난 4일 오전 11시30분. 점심을 5000원에 먹을 수 있는 서울 창천동 식당가 골목엔 이미 줄이 늘어섰다. 식당 내부도 만석이었다. 이 골목 식사 가격은 평균 5000원. 설렁탕부터 김치찜, 라멘, 돈가스 등 식당들 메뉴도 다양하다. 최근 한 끼에 1만원을 넘는 것에 비해 절반 가격이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서울 지역 평균 가격은 삼계탕 1만6058원, 냉면 1만692원, 비빔밥 1만58원 등이다.


이 골목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식당은 돈가스 가게다. 기본 돈가스 메뉴가 3000원이고, 1000원을 더 내면 돈가스 1장을 추가할 수 있다. 돈가스 가게 앞은 평균 5명 이상이 기다리는 모습이 기본이다. 오후 12시가 되자 줄은 10명까지 늘어났다. 오후 2시에도 줄을 서는 손님들이 있었다. 대학가 인근에 있지만, 직장인이나 중년 손님도 많았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대부분 단골이다.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손님은 없다. 이곳에서 만난 B씨(60대·여)는 이 골목을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방문한다. 요즘 같은 고물가에 3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 거기에 맛도 있어 자주 찾는다. 식당가 근처 연세대에 재학 중인 임모(22)씨와 구모(21)씨도 이날 학교 구내식당 대신 이 골목을 방문했다. 이들은 “학교 식당에 나오는 돈가스는 8000원”이라며 “학교 식당보다 싸고 양도 많고 음식 질도 좋다”고 귀띔했다.

근처에 저렴한 식당이 없으면 도시락을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이주연(27·미용사)씨는 3년째 점심 도시락을 챙겨 다니고 있다. 집에 있는 반찬을 반찬통에 담아 출근한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일하는 이씨는 “하루 두 끼를 밖에서 해결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며 “도시락을 싸서 아낀 돈은 쉬는 날 데이트나 친구와 만날 때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한 끼 1만원씩 하루 2만원이라 가정할 때, 21일 근무 시 42만원을 아끼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지난5일 오후 12시40분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 앞에서 만난 시민이 앱테크를 통해 모은 포인트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 조유정 기자


오후 12시30분 : 휴대전화만 있으면, 하루 3500원

지난 5일 오후 12시40분. “얼마나 눌렀어? 200명 다 했어?” 비 오는 궂은 날씨에도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 앞에는 휴대전화를 손에 든 사람들이 수십명 모여 있었다. 이들은 T은행 애플리케이션으로 포인트를 적립하고 있었다. 앱을 실행한 사용자 근처에 다른 사용자가 있으면 아이콘을 클릭해 10포인트를 받는다. 해당 서비스 덕분에 T은행은 출시 후 한 달여 만에 누적 사용자 170만명을 넘겼다.


이날 만난 B씨는 “점심시간에 잠깐 하면 400원 정도 쌓인다”며 “그간 누적 5만5007포인트를 쌓았다”고 자신의 휴대전화를 보여줬다. 이렇게 모은 돈은 계좌로 입금하거나 기프티콘을 살 수 있다. 지난달 3만원 정도 바꿨다는 B씨는 “바꾼 돈으로 과일과 커피를 사 먹었다”고 말했다.

포인트 모으기 서비스 출시 때부터 이용 중이라는 C씨는 “약 한 달 동안 8만5294원을 모았다”며 “처음에는 1만보를 걸으면 포인트를 준다고 해서 건강을 위해 운동 겸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C씨는 “하다 보니 포인트 쌓을 방법이 늘어서 커피 한 잔 사 먹자 하는 마음으로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립미술관 입구에서 북적이던 사람들은 오후 1시가 되자 모두 어디론가 빠르게 사라졌다. 근처 사용자에게 포인트를 받는 미션 외에도 만보 걷기, 라이브 쇼핑 보기, 친구 초대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변채림씨가 기프티콘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구매한 내역.


오후 12시50분 : 같은 커피, 다른 가격 600원 절약

변채림(27·직장인)씨는 4500원 커피를 3800원에 구매했다. 같은 커피지만 가격이 다른 이유는 구매 방법의 차이다. 매장에서 현금이나 카드로 결제하지 않고, 미리 싸게 산 기프티콘을 통해 결제했다.

변씨는 커피를 마시기 전 기프티콘 중고거래 앱을 먼저 들어간다. 변씨는 “기프티콘 가격이 정가보다 저렴하다”라며 “평소에도 커피를 사기 전 3개 정도 앱에 들어가서 비교해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4500원인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아메리카노를 기프티콘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15% 할인된 3840원에 구매할 수 있었다. 총 660원을 아끼는 셈이다.

최근 기프티콘 중고거래 앱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프티콘 중고거래 플랫폼의 월간 사용자 수는 약 2년 사이 2배 증가했다. 국내 중고거래 분야 애플리케이션 중 기프티콘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3개 앱 기프티스타, 니콘내콘, 팔라고의 2021년 1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약 23만명이었으나 지난해 11월 47만3000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평범하게 지출한 하루와 짠테크를 통해 아낀 하루 소비를 비교한 모습.   사진=이승렬 디자이너

하루 마무리 : 오늘 5300원으로 합리적 소비

2만4500원. 점심과 저녁을 밖에서 각 1만원에 먹고, 커피를 4500원에 마시는 하루를 보낼 때 드는 비용이다. ‘짠테크’ 소비를 하면 하루 8300원이면 충분하다. 그렇게 하루 1만6200원을 아낀다고 하면, 한 달(평일 20일 기준) 32만4000원을 모은다.

최근 5일간 무지출데이를 이어왔다는 D씨는 “큰돈 나갈 일이 많았던 올해 초, 조금이나마 지출을 막아보려고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회사와 집을 반복하는 직장인으로 가장 큰 지출은 식비와 커피값”이라며 “식사는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커피는 회사 탕비실을 이용해 무지출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이수진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청년들의 무지출 챌린지와 짠테크를 “고물가와 경기 불황기 사이 생존과 타개하기 위한 소비자들의 전략”이라며 “기존 불황기에 나타났던 소비 방식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는 혼자 하지 않는 것”이라며 “무지출 챌린지라는 말 자체가 사람들이 이것을 문화적 코드로 인식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최근 청년들이 짠테크를 하는 동시에 오마카세를 즐기는 모습에 대해서는 “불황기 최고가와 최저가가 양립하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세대 특성으로 해석하면 2030세대는 아낄 수 있는 영역에선 철저하게 아끼다가 나한테 주는 보상은 철저하게 챙기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적인 측면에서 보면, 평소 지출을 아끼다가 오마카세 등 비싼 소비를 하는 사람들은 그들 나름대로 합리적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조유정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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