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만 하길 바랐는데… 우승컵 안긴 젠지 막내 [LCK]

성장만 하길 바랐는데… 우승컵 안긴 젠지 막내 [LCK]

기사승인 2023-04-09 23:09:31
김수환(오른쪽)이 MVP에 선정돼 팔찌를 받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젠지e스포츠의 원거리 딜러 ‘페이즈’ 김수환이 전임자의 그림자를 말끔히 지웠다. 

젠지는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플레이오프 T1과의 결승전에서 세트 스코어 3대 1로 이겼다. 

예상을 뛰어넘은 수확이다. 지난해 여름 우승을 차지한 젠지는 올 시즌을 앞두고 팀의 심장 ‘룰러’ 박재혁(현 징동 게이밍)을 떠나보냈다. 리그를 주름잡으며 전성기를 맞이한 선수였기에, 그의 이탈은 매우 치명적이었다. 이에 젠지는 외부 영입 대신 챌린저스 리그(2군) 소속의 유망주 ‘페이즈’ 김수환(17)을 콜업하는 강수를 뒀다. 가능성을 인정받은 선수였으나, 그가 단기간에 박재혁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붙었다. 젠지의 올 봄은 김수환과 그의 짝 ‘딜라이트’ 유환중의 성장에 집중하는 시즌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김수환은 팀과 리그에 빠르게 적응하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강점으로 평가 받은 대규모 교전 능력은 경기를 거듭하며 견고해졌고, 약점으로 꼽혔던 라인전 기량도 날로 상승했다. 관계자들에게 정규리그 활약을 인정받아 ‘LCK 어워드’ 서드(Third) 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플레이오프에 접어들어서는 기량이 만개했다. 신인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압박감과는 무관한 듯한 퍼포먼스를 거듭 펼치며 눈길을 끌었다. 이날 T1과의 결승전에선 리그 최고의 원거리 딜러인 ‘구마유시’ 이민형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팀 승리에 기여했다. 특히 ‘징크스’를 플레이 한 5세트엔 쉬지 않고 대미지를 퍼부으며 T1을 무너뜨리는 데 앞장섰다. 김수환이 젠지 그 자체였던 전임자, 박재혁의 그림자를 말끔히 지워내는 순간이었다. 

김수환은 이날 승리로 ‘로열로더(데뷔 시즌에 우승을 차지한 선수)’에 등극했다. ‘칸나’ 김창동(현 디플러스 기아)에 이은 3년 만의 로열로더다. 파이널 MVP에 선정되는 겹경사도 누렸다. T1을 꺾고 얻은 결실이라는 점은 김수환에겐 더욱 뜻 깊다. 그는 LCK 데뷔전이었던 T1과의 개막전에서 경험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며 호된 신고식을 치렀던 바 있다. 

경기 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김수환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형들이 있어서 이뤄낸 결과”라면서 “로열로더라는 목표를 이뤘으니 다음 목표는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우승”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일 잘한다고 생각하는 원거리 딜러를 꺾고 우승하면서 기쁨이 두 배, 세 배”라며 기뻐했다.

그는 박재혁과의 맞대결에도 의욕을 드러냈다. 젠지는 오는 5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국제무대인 ‘미드시즌인비테이셔널(MSI)’에 출전한다. 이날 중국 프로리그의 징동 게이밍이 MSI 진출을 확정하면서, 박재혁과의 조우 가능성이 생겼다. 김수환은 “대회에서 꼭 한 번쯤은 상대해보고 싶은 선수였다. 가서 잘 하고 오겠다”고 각오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