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에 대한 오해를 풀어드립니다

학종에 대한 오해를 풀어드립니다

글‧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소장

기사승인 2023-04-18 09:09:24
쿠키뉴스DB

가장 많은 학생들이 준비하는 대입 전형은 학생부종합전형이다. 여기에, 정성평가라는 특성 때문에 수험생들의 준비에 도움을 주고자 많은 대학에서 학생부종합전형 가이드북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해 잘못 인식하는 부분이 있다. 이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쉽게 오해하는 몇 가지를 다루어 보고자 한다.

Q. 내신성적이 O.O등급인데 어디 쓸 수 있나요?

A. 학종 경쟁력이 내신성적과 직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정성평가로 이루어지는 전형임에도 여전히 많은 학생, 학부모들이 내신을 잣대로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 내신성적이 학종에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임은 분명하다. 대학은 기본적으로 대학 교육을 이수하는 데 필요한 수학능력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려 하기 때문에 내신성적이 1차적인 평가 자료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신성적, 특히 등급 자체가 학업역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학은 교과 성적에 대해 등급뿐 아니라 원점수, 과목평균, 표준편차, 석차등급, 수강자수, 이수 단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학업성취도를 평가한다. 여기에 학업태도, 탐구력 등을 함께 파악하여 학업역량을 충분히 갖추었는지를 판단하며, 이 외에 진로역량, 공동체역량 등 다른 요소들까지 종합하여 최종 결정을 내린다. 따라서 내신등급이 합불을 결정하는 절대적 요소가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학생부 ’교과’ 전형이 아니라 학생부 ‘종합’ 전형임을 명심하자.

Q. 작년 우리 학교 O.O등급 학생이 합격했으니 올해도 비슷하겠죠?

A. 작년 결과와 올해 결과가 같을 거라는 막연한 속단은 금물입니다.

어떤 학생들이 지원하느냐에 따라 나의 학생부가 합격권에 들어갈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작년에 합격한 학생부라도, 올해 더 우수한 경쟁자들이 많다면 불합격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2024학년도)는 학생부 반영 항목이 축소되고 자기소개서가 폐지되는 등 변경 사항이 있기 때문에 더욱 작년과 동일한 잣대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더욱이, 그 잣대를 내신 성적으로 두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앞에서도 강조했듯이, 내신 성적이 결코 학종 경쟁력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에 학생부 전체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Q. 학생부를 거의 전공 관련 내용으로 채웠으니 경쟁력 있지 않을까요?

A. 전공 관련 내용이 많다 해서 전공역량이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것은 아닙니다.

학생부에 지원 전공과 연관된 내용이 많아야 좋은 것이라는 생각들을 많이 한다. 심지어 희망 전공과 크게 관련이 없는 교과목의 세특에서도 억지로 해당 전공과 연결지으려는 듯한 내용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관련 내용이 많다고 전공적합성이 좋게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많은 대학들이 전공적합성이 아닌 계열적합성에 초점을 두어 평가하고 있으며 서울대 등 일부 대학에서는 평가요소에 전공적합성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건국대, 경희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의 5개 대학은 공동연구를 통해 2024학년도 학생부종합전형 평가요소 중 ‘전공적합성’을 ‘진로역량’으로 변경하며 “희망 전공(계열)과 관련이 있든 그렇지 않든 학교 교육에서 자신의 관심 분야나 흥미와 관련한 무슨 활동을 하더라도 경험을 통해 시각을 넓혔는지, 얼마나 성장했는지가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진로 관련 활동을 단지 ‘했다’는 사실보다는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학생의 역량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Q. 학생부에 한 줄이라도 더 쓰이려면 활동을 많이 하는 게 좋겠죠?

A. 필요한 활동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생부에 기록할 수 있는 글자수는 제한되어 있다. 진로활동만 연간 700자이고 교과세특(과목당)을 비롯해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모두 500자밖에 되지 않는다. 개인의 역량이 드러나지 않은 단순 참여 사실이 여러 개 나열된 학생부는 결코 좋은 학생부라고 할 수 없다. 자기소개서도 폐지된 상황에서 학생부만으로 자신의 강점을 보여주려면 하나의 활동이라도 학생의 우수성이 드러나도록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어떠한 활동을 하겠다고 결정하기 전에, 자신이 그 과정에서 의미를 찾고 성장할 수 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해당 활동을 하겠다는 판단이 섰다면 열의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자. 교사와의 소통, 활동 후 기록 남기기는 필수이다.

Q. 학종은 상향으로 지원하는 게 좋지 않나요?

A. 자신의 경쟁력에 대한 판단을 먼저 해야 합니다.

좋지 않은 내신 성적으로도 학종에 합격하는 사례가 있다 보니 학종에 대한 학생들의 눈높이가 높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쟁률은 결코 낮지 않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6장의 수시 원서를 현명하게 사용하려면 자신의 학생부 경쟁력을 냉정히 판단해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업역량, 진로역량 등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중요시하는 요소들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데도 학종으로 상향 지원한다면 아까운 원서 카드만 날리게 되는 것임을 명심하자.

많은 학생들이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데, 정작 자신이 학종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여 준비하는 경우는 잘 보지 못했다. 대개는 내신성적 기반의 교과전형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학보다는 막연히 상향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학종을 기대하는 듯하다. 남들이 준비하니 자신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면 당장 본인의 학생부부터 점검하자. 의외로 학종보다 교과전형 등 다른 전형에서 더 경쟁력을 갖춘 학생들도 많다는 사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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