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제재 받은 증권사…해외에서도 줄줄이 제재

라임 제재 받은 증권사…해외에서도 줄줄이 제재

금융당국, 증권사 해외진출 독려
지난해 증권사 해외 당국 제재 9건
해외진출 앞서 내부통제 강화해야

기사승인 2023-04-19 06:00:01
금융당국이 국내 증권사의 해외진출을 독려하고 있다. 이미 포화된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 시장에서 성장이 필수라는 입장이다. 다만 국내에서 사모펀드 사태 등을 통해 내부통제에 문제를 드러낸 증권사들은 해외에서도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결국 이들은 현지 당국의 제재 대상에 오르는 실정이다. 증권사 해외법인이나 사무소의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지난해 해외에서 총 9건의 제재를 받았다. 9건의 제재는 모두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구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의 해외 현지법인에서 나왔다.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각각 4건씩, 한국투자증권이 1건의 제재를 받은 것으로 공시됐다. 미래에셋증권이나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하나증권 등 여타 대형 증권사들의 제재 공시는 없었다.

금융위원회는 증권사의 해외진출을 독려하기 위해 최근 규제 합리화에 나설 것을 밝혔다.   쿠키뉴스 DB

금융당국 증권사 해외진출 독려 

국내 증권사의 해외법인 순이익은 2015년 200억원에서 2021년 37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권사 가운데 아시아국가 IB리그 순위에서 20위권 내에 진입한 곳은 없다. 이에 국내 금융투자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특히 금융당국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적극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금융산업 육성을 주요 업무추진 과제로 선정하고 금융사의 해외 진출 지원 강화를 약속했다. 최근에는 금융산업 글로벌화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대형 증권사들의 해외 현지법인들에 대한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산정 규제를 합리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증권업계는 최고경영자(CEO)들이 뭉쳐 해외출장길에 오르는 등 해외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잰걸음 중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국내 시장의 포화상태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금융산업의 외연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증권산업이 고부가가치 및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국가 핵심산업으로 자리매김하도록 경쟁력 제고와 해외진출 등 글로벌화에 힘써 달라”고 강조했다.

증권업계 내부에서도 해외진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10년 내 아시아 Top 3 증권회사의 탄생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해외 진출 관련 규제 개선과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 ESG 대응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B증권 본사. KB증권 제공

부실한 내부통제 해외서도 ‘구멍’


증권사들의 해외진출이 강조되지만 허술한 내부통제 우려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제기된다. 지난해 해외에서 각각 4건씩 제재를 받은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앞서 국내에서 라임 사태로 제재를 받은 증권사들이다. 

KB증권은 라임사태와 관련해 부당 권유 금지 위반으로 사모펀드 신규 판매가 금지됐고, 불건전 영업 행위로 과태료 5억5000만원을 부과 받았다. 또한 총수익스와프(TRS) 거래 과정에서 실제 자문을 제공하지 않고 발행사로부터 금융 자문 수수료를 받아 과태료 1억4400만원 처분이 내려졌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라임사태와 관련해 거짓 내용을 포함하거나 불확실한 내용으로 투자 권유를 했다가 적발돼 여섯달 동안 업무 일부 정지 조치를 받았다. 또한 TRS와 관련해 부정한 방법으로 투자자의 위법한 거래를 감춰준 것이 드러나며 과태료 18억원, 업무 일부 정지 6개월의 제재가 결정됐다. 

KB의 해외법인도 상황은 비슷하다. KB 베트남 법인은 현지 당국이 주식담보대출 제외 종목으로 지정한 종목을 대상으로 담보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해외 대출금으로 현지은행 대출을 상환할 수 없다는 규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해외 대출 외환 거래시 중앙은행 등록계좌 사용 규정을 위반해 제재를 받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뮤츄얼펀드 거래 규정을 위반해 제재 대상에 올랐다. 

신한투자증권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기본적인 업무역량에 문제를 드러냈다. 인도네시아에서 보고서 제출 기한을 지키지 않아 두 차례나 제재를 받았고, 심지어 사택 관련 재산세를 체납해 제재를 받는 모습까지 보였다. 기본 업무와 관련된 제재는 인도네시아에서 개인소득세 및 부가세 신고를 지연해 반복됐다. 

한국투자증권도 베트남에서 1건의 제재를 받기는 마찬가지다. 한투증권 현지법인은 채권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가 적발돼 제재가 부과됐다. 현지법인은 사모채권 발행 서류의 정확성 및 적정성 확인에 소홀했던 것으로 지적됐다.

신한투자증권 본사.   사진=신한투자증권 제공

금감원, 해외점포 관리 강화 주문


금융감독원은 증권사는 물론 국내 금융사를 대상으로 해외점포나 법인 관리를 강화할 것을 일관되게 주문하고 있다. 해외에서 발생한 위험이 국내로 전이되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1월 금융사 글로벌사업 담당 임원들을 불러 모아 “해외점포의 경우 물리적 거리와 진출국의 정치·경제적 요인 등으로 리스크 관리가 취약해질 수 있다”며 “내부통제 등 운영 측면의 적정성도 함께 살피고 보완해 해외 점포의 위기 대응 능력 강화와 내실 있는 운영에 힘써 달라”고 주문했다.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현지법인 관리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KB증권 관계자는 “현지법인은 매월 본사의 준법지원부에 현지규정 준수, 자금세탁방지(AML), 체크리스트 등 내부통제 관련 상세한 기록을 담은 준법감시(compliance) 보고서를 제출할 의무가 있으며, 현지 법인별로 전문가를 두고 분기 1회 이상 교육을 실시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업무적 실수나 사고 등을 줄이기 위해 시스템 자동화, 조직분리를 통한 통제기능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신한금투 관계자도 “현지 법인 관리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해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외 현지법인에 대해 본점 차원에서 현지 법 규정을 잘 지킬 수 있도록 관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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