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요동치고 있다. 핵심 지지기반인 보수층과 60대 이상 유권자의 지지세도 꺾였다. 주요 원인으로는 윤 대통령·국민의힘의 과거사 인식 논란이 꼽힌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데이터리서치가 지난 23~24일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직전 조사보다 5.4%p 하락한 33.5%로 집계됐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 초반 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9월26일 조사(33.4%) 이후 처음이다.
특히 현 정부 핵심 지지층의 민심 이반 현상이 악재로 떠올랐다. 보수층 지지율은 직전 조사(60.8%)보다 11.6%p 급락한 49.2%로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11.1%p 오른 49.8%로 집계됐다. 60대 이상 유권자의 지지율도 하락했다. 이들의 긍정 평가는 45.4%로 직전 조사(54.5%)보다 9.1%p 떨어졌다.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도 60대 이상(8.7%p↑)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지지율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는 윤석열 정부의 과거사 인식 논란이 거론된다. 이번 조사는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됐다. 윤 대통령이 ‘일본 무릎 사과’ 발언으로 파장을 빚은 시기와 맞물린다.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은 지난 100년 동안 여러 차례 전쟁을 경험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치른 국가들은 미래를 위해 협력할 방법을 찾았다”며 “100년 전에 일어난 일 때문에 (일본과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거나, 일본이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한일 안보협력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비판은 피할 수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일본 과거사에 대한 인식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질타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 시민단체도 “망언 중 망언”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못한 발언이 지지율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여당의 잦은 ‘설화(舌禍)’도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분석된다. 지난 전당대회를 통해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강하게 연동된 만큼, 악영향을 끼쳤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탈북 인사인 태영호 최고위원은 ‘백범 김구 선생은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당했다’ 등 북한 역사관에 입각한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이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함께 최고 명예훈장인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에 서훈되며 항일·반공의 상징으로 알려진 김구 선생에 대한 기존 통념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본에 대한 과거사 인식은 보수층과 진보층 간 차이가 크지 않다”며 “한일 관계를 복원하더라도 ‘어떤 역사적 인식을 가지고 복원하느냐’는 6·25전쟁과 일제강점기를 겪은 모든 국민들에게 중요한 문제다. 윤 대통령의 무릎 사과 발언이 국민 자존심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어 “평생을 독립 운동에 헌신한 백범 김구 선생은 우리나라 보수층에서도 한 축을 맡고 있는 중요한 인물”이라면서 “북한 역사관을 토대로 김구 선생을 평가 절하한 태영호 최고위원의 발언이 문제였다. 북한 이슈에 민감한 보수층·60대 이상 유권자의 반발을 이끌어낸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ARS 여론조사(무선 100%)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5.3%,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오차범위 ± 3.1%p다. 표본 추출은 유무선 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 방식이며 통계보정은 2023년 3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데이터리서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