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터(WP) 인터뷰 발언 보도를 둘러싸고 여야에서 잡음이 일었다. 일각에선 이 같은 발언 논란은 결국 국민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대통령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무릎 발언을 했다. WP는 지난 24일 윤 대통령 인터뷰를 실으면서 “나는 100년 전 일을 갖고 일본이 무조건 무릎 꿇어라 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언급했다.

해당 인터뷰가 논란이 되자 국민의힘은 인터뷰 오역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자 WP 도쿄‧서울지국장인 미셸 예희 리 기자는 25일 자신의 트위터에 인터뷰 녹음본을 공개했다. 리 기자의 녹취록엔 “100년 전 일을 가지고 지금 유럽에서는 전쟁을 몇 번씩 겪고 그 참혹한 전쟁을 겪어도 미래를 위해서 전쟁 당사국들이 협력하는데 100년 전에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 하는 건 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기록됐다.

야권에선 이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쇄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역사인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당 발언은 여러 문제를 갖고 있다”며 “지금도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동원 피해자는 일본 사과를 요구하면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윤 대통령과 정부 각성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같은 회의에서 “윤 대통령 망언을 바로잡진 못할망정 국민의힘은 외신인터뷰 오역 선동을 했다”며 “해당 언론사가 인터뷰 전문을 공개해 여권발 가짜뉴스는 국제적 망신이 됐다”고 설명했다.

여권에선 국민의힘의 대응방식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6일 페이스북에 “최근 윤 대통령의 대일 외교 자세가 집중 비난을 받는 것을 보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며 “그걸 방어하는 여당의 논리가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과 대등한 국력으로 올라선 한국 입장은 앞으로 어떤 포지셔닝으로 대처해야 할까”라며 “정공법으로 국민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적었다.

전문가는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실언 리스크는 결국 국민에게 악재로 돌아온다고 전망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6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국민에게 공감을 살 수 없는 확신이 있는 거 같다”며 “한국 외교가 추구했던 것과 궤를 달리하는 걸로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이 확신을 갖고 결단을 내렸기 때문에 안 바꿀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손해는 대한민국 국민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아울러 “대한민국 외교가 대통령에 따라서 확 바뀌어서 손해가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 생각을 스스로 바꾸지 않고 주변 참모 행태를 바꾸지 않는 한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했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