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백악관 국빈 만찬에서 추억의 미국 가요 ‘아메리칸 파이’를 열창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내빈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윤 대통령에게 돈 맥클린의 친필 사인이 담긴 통기타를 선물했다. 윤 대통령이 평소 맥클린의 노래를 즐겨 듣는다는 점을 고려한 선물이다. 윤 대통령은 기타를 들고 미소 지으며 바이든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만찬에서 윤 대통령은 ‘깜짝 노래’도 선보였다. 그는 내빈들이 노래를 요청하자 “한미 동맹의 든든한 후원자이고 주주이신 여러분께서 원하시면 한 소절만 (부르겠다)”며 “근데 (가사가) 기억이 잘 날지 모르겠다”고 머뭇거렸다.
이어 윤 대통령은 피아노 반주에 맞춰 “A long long time ago, I can still remember how that music used to make me smile(아주 오래전을 난 기억해. 그 음악이 얼마나 나를 웃게 해 주었는지)”라며 맥클린의 아메리칸 파이를 약 1분간 열창했다. 1971년 발표된 해당 곡은 미국의 유명 로큰롤러인 버디 홀리의 죽음을 추모하는 곡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도 오른 적이 있는 맥클린의 대표곡이다.
윤 대통령이 첫 소절을 부르는 동시에 내빈들은 환호성을 터뜨리며 기립 박수를 보냈다. 윤 대통령이 부른 맥클린의 ‘아메리칸 파이’는 줄곧 그가 ‘18번 곡’이라고 꼽아온 애창곡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1년 6월 페이스북 개설 당시 “18번 곡은 돈 맥클린의 ‘아메리칸 파이’와 ‘빈센트’, 그리고 송창식의 ‘우리는’”이라며 “잘 부르지는 묻지 마시길, 열심히는 부름”이라는 글을 남긴 바 있다.
윤 대통령은 “But something touched me deep inside. The day the music died(하지만 무엇인가가 내 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렸다네. 음악이 죽은 그 날에)”에서 노래를 끝맺었다.
노래가 끝나자 바이든 대통령은 놀란 눈으로 “노래를 잘할지 전혀 몰랐다”며 박수를 쳤다. 이어 “나도 부를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고 농담을 던지자, 관중들은 폭소를 터뜨리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 어깨동무를 하며 친밀감을 드러냈다.
노래에 담긴 추억을 풀어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들들이 어렸을 때 이 노래를 좋아했으며 가사 중 ‘위스키 앤 라이(whiskey ‘n rye)’를 ‘위스키 앤 드라이(whisky and dry)’로 바꿔 불렀다”고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2남 1녀가 있었다. 그중 장남이자 정치적 후계자로 꼽혔던 보 바이든은 2015년 46세의 나이로 뇌종양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먼저 떠난 보와의 추억이 담긴 각별한 의미가 있는 곡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날 만찬은 오후 8시30분쯤(현지 시각) 두 정상이 와인잔을 들고 “우리 파트너십과 우리 국민, 한국과 미국이 함께 만들어갈 가능성과 미래를 위하여! 우리가 앞으로 170년 더 함께할 수 있기를”이라고 외치며 시작됐다.
3시간30분가량 이어진 국빈 만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마지막 건배사로 “강철 같은 동맹을 위하여”라고 외치기도 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