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하한가’ 작전세력 잡혀도…“처벌 기대 못 미칠 것”

‘무더기 하한가’ 작전세력 잡혀도…“처벌 기대 못 미칠 것”

4거래일 간 8조원 이상 증발
금융당국 ‘통정거래’ 정황 파악
“치밀한 금융사기, 예방·범죄수익 환수 어려워…처벌 강화 중요”

기사승인 2023-04-29 06:00:29
사진은 본문과 관련 없음.   쿠키뉴스 자료사진

주식시장을 강타한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와 관련해 당국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작전 세력의 주가조작 혐의가 입증돼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28일 오전 서울 중구 미래에셋증권 본사에서 열린 ‘퇴직연금 서비스 혁신을 위한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여러 조사와 패스트트랙을 이용한 수사 등에 대해서 금융위원회, 금감원, 검찰을 비롯한 수사기관이 오랜 기간 종전보다 훨씬 더 높은 강도와 의지로 공조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4거래일 간 8조원 이상 증발…금융당국 수사 착수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은 주가 조작 정황을 확인하고, 한국거래소로부터 증권 계좌 데이터 등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금감원·서울남부지검 등은 27일 이번 주가 조작에 연루된 강남의 투자컨설팅 업체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금융당국이 조사 대상으로 삼은 이들은 최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연속으로 하한가를 기록한 특정 종목 주가를 장기간 인위적으로 부양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앞서 지난 24일부터 삼천리, 서울가스, 대성홀딩스, 세방, 다올투자증권, 하림지주, 다우데이타, 선광 등 8개 종목 매물이 SG증권을 통해 쏟아졌다.

원인 모를 이유로 연일 하한가를 기록, 8개 종목 시가총액은 4거래일 간 8조원 이상이 증발했다. 이들 종목은 지난해 4월 이후 강세를 펼치며 이달 초까지 1년여간 급등세를 보였고, 유통 주식 수가 적어 주가조작이 수월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투자자를 유치한 기존 회원에게 수익 일부를 떼어주는 다단계 방식으로 대규모 자금을 모으고, 투자자들 명의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주식을 사고파는 통정거래를 통해 주가를 조작했다는 게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의 주요 골자다. 통정거래는 매수자와 매도자가 사전에 미리 정해둔 가격으로 주식을 서로 사고파는 행위로서 대표적인 주가조작 수법이다.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발생한 지난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스크린에 지수가 띄워져 있다.   연합뉴스

재판 넘겨질 확률 절반도 안돼…집행유예 40% 달해

일단 금융당국과 검찰이 주가조작 혐의를 입증해 내는 게 관건이다. 문제는 혐의를 입증해 내더라도 처벌이 솜방망이라는 점이다. 

불공정거래 제재는 법원 판결 확정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기소율과 처벌수위가 낮다는 문제가 있다. 법원 확정판결까지 평균 소요되는 시간은 무려 2~3년. 그 전까지 위법행위자는 자본시장에서 자유롭게 활동이 가능하다.

기소율 자체도 낮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형사처벌 특성상 엄격한 입증책임 등으로 인해 불기소율은 55.8%(2016~2020년 고발·통보된 사건 중) 에 달한다. 어렵사리 유죄 확정을 받아도 처벌 수위는 낮다. 불공정거래 관련 대법원 선고(2020년 기준)에 따르면 실형 비율은 59.4%(38명), 집행유예 40.6%(26명)이었다.

가장 효과적인 제재 수단인 불법 이익 박탈도 미흡한 실정이다. 3대 불공정거래에 대한 과징금 제도 부재, 법상 부당이득 산정기준 미비 때문이다. 일례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경우 재판부에서 통정·가장 매매 101건, 시세조종 주문 3083건의 불법을 저질렀다고 인정했으나, 부당이득액 산정이 불가능하다며 집행유예의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

“치밀한 계획범죄, 사전에 못 막아”…금융위 처벌 강화안 ‘감감무소식’

정부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해 9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자의 금융거래와 상장사 임원 선임을 최대 10년 동안 제한하는 대책을 내놨다. 이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입법을 연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가 바뀌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입법 절차 중”이라고만 답했다.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는 지난달 24일 논평을 내고 “금융위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입법 연내 추진계획을 밝혔지만 지금까지 해당 내용의 입법예고나 의견수렴 절차 진행 또는 의원입법을 통한 국회 논의 개시 등이 확인되지 않는다. 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이나 해명도 없다”며 “주무부처의 책임 있는 태도라 할 수 없다”고 짚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설령 주가조작이 확인돼 연루자들이 유죄판결을 받는다 해도 실제 양형은 피해자 기대와는 상당히 차이가 날 것”이라며 “기껏해야 징역 2~3년에 그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황 연구위원은 “이번 하한가 사태는 오랫동안 주가조작이 이뤄졌고,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주가 조작으로 보인다. 시스템으로 막기에는 어려운 영역”이라며 “범죄수익은 은닉을 해놓기 때문에 환수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양형을 높이는 등 처벌 강화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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