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회사무처, ‘수십억 혈세’ 들인 건물 수년째 사실상 방치

[단독] 국회사무처, ‘수십억 혈세’ 들인 건물 수년째 사실상 방치

2차례 ‘유찰’ 후 현재 북카페 추가 입찰 중…3년째 빈 건물
사업성 검토 없이 건물 먼저…혈세 낭비
중식당→한식당→카페→북카페 용도 변경 노력
소상공인 커뮤니티서 ‘입찰 내용’ 두고 ‘갑질 논란’ 비판까지
‘원할 때 무조건 공간대여’ 입찰 명시

기사승인 2023-05-12 17:30:01
국회 ‘사랑재’ 뒤편으로 보이는 부속 건물.   사진=황인성 기자

국회사무처가 충분한 사업성 검토 없이 수십 억원을 들여 지은 건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수년째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건물을 활용하기 위해 최근에는 북카페 운영을 위한 입찰 공고를 냈지만, 불합리한 요구 조건 등이 상당수 포함돼 소상공인 커뮤니티에서는 ‘갑질 계약’이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받고 있다.

12일 쿠키뉴스 단독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사무처는 최근 ‘국회의원 동산 북카페 사용 허가 업체 선정을 위한 제안서 제출 안내’ 공고를 냈다. 현재 사실상 방치 중인 국회 사랑재 옆 건물을 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북카페를 유치하기 위한 것이다. 앞서 두 차례 유찰 후 현재 세 번째 입찰이 진행 중이다.

현재 입찰을 위해 올려진 국회사무처의 북카페 공고는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입찰 조건이 맞지 않으면 지원하지 않으면 되지만, 국민을 대신하는 국가 기관이 마치 ‘갑질’이 연상되는 입찰 내용을 명시했다는 게 논란거리다.

지난 4월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소상공인 커뮤니티에서 논란 중인 국회 갑질 계약’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국회사무처에서 지난달 올린 북카페 입찰 공고문을 옮기면서 국회가 ‘갑질’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글쓴이는 “국회사무처가 1년 임대료 1억6000만원이 넘는 카페 운영 넘기면서 자기들 입맛에 맞게 문화공간 조성 인테리어 공사비를 전가하고, 자기들이 원할 때 언제든 공간 대여하라는 조건으로 계약 공고 띄웠다”며 “참고로 조찬 행사는 새벽 6시 30분이라고 한다. 니 돈으로 해라”고 적었다.

사진=보배드림

해당 건물은 지난 2020년 중식당 운영을 위해 유인태 사무총장의 지시에 따라 지어진 건물이다. 한옥 건물인 사랑재 옆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의 반대로 2021년 한식당으로 운영 업종 변경됐다. 이후 7차례나 입찰을 시도했지만 모두 유찰됐다. 

지난 2022년 상반기 국회후생복지위원회의 의결로 직영 카페로 업종 변경을 의결, 이광재 사무총장 취임 후 사무처 내부 논의 끝에 북카페 활용이 결정됐다. 하지만 같은 해 국감에서 ‘사업성 검토’ 없이 북카페 설치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을 받아 원점 재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원점 재검토 답변을 냈지만, 2022년 예산 소진 전 북카페 운영을 위한 커피머신 등 각종 집기를 구입한 정황도 포착된다. 현재 비어 있는 사랑재 부속 건물 지하에 기구들을 숨겨놓았다는 전언이 있다.

국회사무처는 북카페 사업성 추진 과정에서도 다소 부적절하다는 비판이다. 해당 건물의 사업성 검토를 위해 올해 초 사랑재 공간 활용 자문위원회를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국회사무처가 북카페로 결정이 나도록 유도했다는 주장이 있다.

당시 자문위 1차 회의에서는 해당 건물의 용도를 북카페가 부적합해 세미나 등 의원 행사장으로 활용을 제안했지만, 이광재 사무총장이 설문조사를 이유로 들며 북카페로 최종 결정되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국회 ‘사랑재’ 부속 건물의 전방·후방 모습.   사진=황인성 기자

한 소상공인 관계자는 이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해당 입찰 공고문을 보면 1년 임대료가 1억5000만원 가량이고 규모가 100평이 넘어 소상공인들이 운영할 규모는 아닌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입찰문 내용을 보면 마치 ‘갑질’하는 임대인들의 모습이 상당 부분 연상된다. 아마 임대인 때문에 시달리는 소상공인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까지 ‘갑질’하느냐고 자조적인 비판이 아닌가 싶다”고 부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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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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