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고구말’은 국회가 있는 여의도와 고구마, 말의 합성어로 답답한 현실 정치를 풀어보려는 코너입니다. 이를 통해 정치인들이 매일 내뱉는 말을 여과없이 소개하고 발언 속에 담긴 의미를 독자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인사들이 문재인 정부의 ‘후과’를 부각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출범 1주년을 맞은 시기인 만큼, 지나치게 전임 정부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국정 신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일 文정부 때린 尹대통령 “K-방역은 자화자찬, 군 골병들게 해”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비공개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지난 정부는 K방역이라고 해서 방역 성과를 자화자찬했지만, 엄밀하게 평가하면 합격점을 주기 어렵다”고 작심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국방혁신위원회 출범식에서도 “과거 정부에서는 국군통수권자가 전 세계에 북한이 비핵화할 것이니 제재를 풀어달라고 해 결국 군이 골병이 들고 말았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정부가 정치이념에 사로잡혀 북핵 위협에서 고개를 돌린 것”이라며 “비상식적인 것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전세사기 범죄, 마약 범죄 기승의 원인으로 과거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지목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집값 급등과 시장 교란을 초래한 과거 정부의 반시장적, 비정상적 정책이 전세 사기의 토양이 됐다”라며 문재인 정부의 정책들이 수많은 서민 피해를 발생시켰다고 지적했다. 또 “과거 정부의 검찰개혁 과정에서 마약 조직과 유통에 관한 법 집행력이 현격히 위축된 결과가 어떠했는지 국민께서 모두 목격했을 것”이라고도 꼬집었다.
그러면서 “건물과 제도를 무너뜨리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순간이다”라며 “그러나 무너진 것을 다시 세우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든다”고 강조했다. 이는 문 전 대통령이 최근 자신에 관한 다큐멘터리에서 ‘5년간 성취가 순식간에 무너져 허망하다’고 한 발언을 인용해 전임 정부의 책임론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尹정부 1년, 무너진 국가 바로 세우는 정상화의 기간”
국민의힘도 이같이 기조에 힘을 실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10일 논평에서 “윤석열 정부 1년은 경각에 놓여 있던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고 재도약을 위한 ‘비정상의 정상화’의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회는 평등하지 않았고, 과정은 공정하지 않았으며 결과는 정의롭지 못했던 문재인 정권을 지나 윤석열 정부는 출범부터 변화의 시작이었다”라고 질타했다.
현 정부 취임 초부터 지난 3월까지 정책위의장을 지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도 가세했다. 그는 같은 날 BBS 라디오에 나와 윤석열 정부 1년을 “무너진 국가를 바로 세우는 정상화의 기간이었다”고 총평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1000조원의 재정을 살포한 포퓰리즘이었다”며 “쇼를 하면 대통령 인기도 어느 정도 유지하지만 국가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목소리 높였다.
野 “기승전 文탓”…대통령실 “개혁하다 보니 과거 정부 잘못 드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전임 정부 탓하기’에 지나치게 몰두한다며 날을 세웠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윤 대통령을 겨냥해 “1년 내내 기승전 문재인 탓을 하고 있다”며 “참 초지일관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보통 갓난아이가 태어나서 한 1년 정도 되면 이야기를 한다. (이처럼) 정부 출범한 지 1년 되면 본인의 언어를 이야기해야 하는데 본인의 언어가 안 나온다는 게 대단히 아쉽다”고 비꼬았다.
대통령실은 지난 1년 간 국정 운영을 하다보니 전임 정부의 ‘허점’이 자연스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고 설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1일 오후 용산 청사 브리핑에서 전임 정부를 집중적으로 언급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정부가 중요한 정책 분야에서 개혁과 혁신을 하다 보니 전 정권의 잘못된 점이 드러나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과거 정부의 잘못을 들추는 게 아니라, 개혁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과거 정부의 잘못이 드러나는 것이다. 앞뒤 선후가 바뀐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