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네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전세사기 피해로 인해 목숨을 끊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지만, 국회의 대책 마련은 여전히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여야는 오는 25일 본회의를 열어 ‘전세사기 특별법’을 처리하는 데 합의했지만, 첨예한 입장차가 좁혀질지는 미지수다.
여야는 오는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처리를 위한 최종 논의에 돌입한다. 여야는 전세사기 사건 후속대책의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전세피해 범위와 보증금 채권 매입 등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지난 1일, 3일, 10일 등 3차례 협상에서도 입장차만 재확인했다.
야당은 정부·여당 대안의 피해자 인정 요건을 완화해 지원 대상 범위를 넓히고, 전세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 피해자들에게 전세보증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여당은 다른 범죄 피해자와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불가 방침을 고수하는 입장이다.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이 아닌 피해자들에게 경매 우선 매수권을 부여하고, 만약 임대 거주를 원할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대신 주택을 매입한 후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만약 이번 소위에서 합의가 불발될 경우, 민주당은 단독 처리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이 일관되게 피해보증금 보전 대책을 내놓은 만큼 정부 대책이 없으면 이를 수용하면 되는데 계속 합의를 지연시키고 있다”며 “오는 16일까지 정부·여당이 전향적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정의당과 협의해 절박한 피해자의 요구에 답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이재명 대표 또한 “벼랑 끝에 내몰린 국민의 삶에 더는 기다릴 여유가 없다. 정부·여당이 다음 국토위 소위가 열리는 16일까지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길 바란다”며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은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여 피해자들의 절규에 응답할 것”이라고 날을 세운 바 있다.
이상영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전세사기 사태는 관련 금융기관들의 미비한 예방책과 제도적 허점을 파고든 경제 범죄”라면서 “다만 여야가 내놓은 대안 모두 극단으로 쏠려 사태를 해결하는 데 실효성이 떨어진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해당 사태에 책임 있는 금융 보증기관과 정부가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 방법의 하나는 리츠 펀드를 조성하는 것”이라며 “공공기금을 조성해 임대보증금을 일부 반환해 주고 주택을 인수해 운용해야 한다. 이후 주택 가격이 회복된 적절한 시기에 매각하여 임대보증금을 돌려주는 방안 등 진일보된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