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은행권을 대상으로 수사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검찰은 50억원이 우리은행이나 하나은행의 사업과 관련한 청탁의 대가로 보고 있다. 이에 대가성을 밝혀내기 위해 두 은행은 물론 전직 임원들에 대한 소환 및 압수수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16일 오전 박영수 전 특검과 양재식 변호사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수재 등) 혐의로 참고인인 이 전 우리은행장의 주거지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압수수색했다.
우리은행은 당초 대장동팀의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2015년 3월 회사 내규 등을 이유로 불참을 결정했다. 대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는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검찰은 우리은행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박 전 특검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한다.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이던 2014년 11월 대장동 컨소시엄 구성을 돕고 프로젝트 PF 대출을 청탁해주는 대가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최소 200억원을 약정받기로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순우 전 행장은 당시 은행장으로 검찰은 대장동 일당의 청탁이 박 전 특검과 이 전 행장을 거쳐 은행 실무진에게 전달됐다는 의심을 가지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은 이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하나은행과 관련해서는 호반건설 등이 참여한 산업은행 컨소시엄이 하나은행을 경쟁자인 성남의뜰 컨소시엄에서 이탈시키고 산업은행 컨소시엄에 영입하려 한 과정에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만배씨가 산은 컨소의 압박에 곽 전 의원에게 하나은행의 이탈을 막아달라고 청탁했고, 그 대가로 화천대유에 다니던 아들 병채씨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실수령액 25억원)을 지급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검찰은 최근 김정기 한국투자금융지주 사외이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하나은행 본사 대장동 TF 담당 부서도 압수수색한 바 있다.
검찰이 50억원의 대가성에 집중하는 것은 법원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법원(1심)은 곽 전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하나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이탈할 위기 상황이 없었던 것으로 봤다. 이에 청탁의 이유가 인정되지 않아 뇌물수수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