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 사형 아니라니” 숨진 택시기사 딸 분통

“이기영, 사형 아니라니” 숨진 택시기사 딸 분통

기사승인 2023-05-21 15:50:03
택시 기사·동거녀 살해범 이기영.   사진=박효상 기자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기영(32)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택시 기사의 유가족은 “슬픔과 더불어 분통 터지는 상황”이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20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이기영 살인 사건의 피해자였던 택시 기사의 딸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숨진 택시 기사의 딸이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혹여 수사 과정이나 재판에 있어서 누가 될까 노출을 극도로 자제해왔지만, 가만히만 있는 것이 정답은 아닌 것 같다”며 “인터넷 공간을 빌려 더 많은 사람에게 공론화하고 공감을 얻고 싶어 글을 작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A씨는 택시 기사가 사라졌던 지난해 12월 25일을 회상하며 “아버지인 척 카카오톡을 주고받으며 전화 통화는 끝끝내 피하는 이기영에게 이상함을 느낀 어머니께서 불안함에 경찰서에 가자고 하셨다”고 했다. 이어 “이기영은 카톡을 하는 내내 본인이 교통사고를 냈는데 사망자가 생겨 그 뒤처리를 하고 있다고 거짓말했기 때문에 대화 상대가 아버지가 아닐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서에 도착해 택시 차량번호를 부르며 사고 조회를 한 결과 교통사고 접수가 아예 없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며 “이때부터 저희는 뭔가 일이 크게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고 손발이 떨리고 심장이 쿵 떨어지는 기분을 처음 알게 됐다”고 밝혔다.

A씨는 “결국 위치 추적 요청과 함께 아버지의 실종 신고를 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아버지가 무사히 돌아오시길 바라며 기다리는 것밖에 없었다”며 “그러나 정오가 되어 경찰이 알려준 건 아버지 부고 소식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평범한 가족이었다면 맛있는 음식을 먹고 대화하며 행복해야 했을 성탄절이 이제 제 가족에게는 끔찍한 기억으로만 남게 됐다”고 떠올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A씨는 또 “(이기영이) 아버지 살해 직후 아버지 휴대전화에 토스 앱을 내려받아 기존 잔고를 본인 통장으로 이체한 사진”이라며 “남의 아버지 죽여놓고 보란 듯이 ‘아버지상’이라고 메모해 이체해 사람 우롱하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A씨는 재판 결과를 납득할 수 없어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1심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이 본인의 죄를 인정한 점과 공탁한 사실을 참작해 양형 이유로 들었다. 공탁과 합의에 대해 저희 유족 측은 지속적으로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혀왔다. 피해자가 받지 않은 공탁이 무슨 이유로 피고인의 양형에 유리한 사유가 되는 것인지 저희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저희가 합의를 거부했으니 공탁금은 본인에게 되돌아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형식적인 공탁제도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모르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글쓴이는 “국민청원 접수 중이다. 사형제도의 부활과 집행, 혹은 대체 법안에 대해 건의하는 내용이다. 접수 처리 후에 공개 청원이 됐을 때 의견 보태주시면 저희에게 큰 힘이 될 것 같다”며 “이기영과 같은 살인범이 사회에 더 이상 나오지 못하도록 이번 기회에 법 제도가 개선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난 19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최종원)는 강도 살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등 9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기영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이기영에게 사형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 기록과 심리 과정에서 확인된 양형 조건들만으로는 피고인의 생명을 박탈하는 사형을 선고해야 하는 사정이 분명하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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