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일임업 두고 은행·증권 시각 차 뚜렷

투자일임업 두고 은행·증권 시각 차 뚜렷

기사승인 2023-05-22 11:00:39
쿠키뉴스DB

은행권이 투자일임업 허용을 요청하면서 증권업계서 반발하고 있다. 무리한 이자장사 지적을 받아온 은행권은 투자일임업 진출을 통해 비이자장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증권업계는 중소 증권사의 경영 악화 및 소비자보호 문제를 거론하며 반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갈등 배경에 점점 커지는 자산관리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업권간 이해관계가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달 은행권이 당국에 요청한 투자일임업 허용 요청의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앞서 은행권은 ISA에 한해 허용되는 투자일임을 전면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전면 허용이 어렵다면 공모펀드 및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투자일임업에 한해 추가 허용해줄 것을 건의했다.

투자일임업은 금융사가 고객의 일괄 위임을 받아 계좌별 자산을 운용해 주는 제도다. 현재는 증권사,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등만 할 수 있고, 은행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해서만 허용돼 있다. 은행이 투자일임을 할 수 없는 건 전업주의 때문이다. 전업주의는 은행 업무를 고유업무(수신·여신·외국환)와 연관성이 있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은행권은 투자일임업을 통해 비이자이익 확대해 이자중심의 수익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비이자수익 비중은 12%로 미국 은행(30.1%)보다 낮은 수준이다. 비이자이익 대부분은 수수료에서 나오고 있지만 빅테크의 금융진출 등으로 경쟁이 격화되면서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은행권은 투자일임업 허용으로 고객을 위한 서비스 품질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투자일임업이 은행권에 허용되면 고객은 은행의 광범위한 영업망을 통해 양질의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고 금융업권·금융회사간 경쟁·혁신 촉진을 통해 자산관리서비스 품질 향상과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 관계자도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은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 권익을 향상시키겠다는 TF의 취지와 일치한다”며 “은행권의 저변을 이용해 자산관리가 좀 더 대중화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은행의 투자일임업 진출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업계의 핵심 업무를 은행권의 안정적 수익 확보만을 이유로 허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면서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 시 중소 증권사의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고 증권업계의 다양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전업주의 하에서 금융지주 내 겸영만 허용하고 있는 현재 금융시스템의 큰 틀 차원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은행과 증권업계의 고객 성향 차이를 고려할 때 신뢰와 안정성에 중점을 두고 있는 은행의 고객에 대해 투자일임을 허용하는 것은 소비자 보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은행과 증권사의 고객 성향에 차이가 있다”며 “은행 고객은 원금 보전을 원하는 반면 증권사는 손실을 감내하고 수익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은행이 투자일임에 나설 경우 손실이 발생했을 때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권과 증권업계의 투자일임업 갈등이 자산관리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전초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투자일임업 갈등은 결국 성장하는 자산관리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업권간 싸움”이라며 “은행에 허용하면 대중화에 기여하겠지만 금융소비자의 투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증권가의 우려와 같이 소비자 보호 문제가 발생하는 등 일장일단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자산관리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투자일임허용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당국은 소비자 권익 향상과 사모펀드 사태를 촉발한 불완전판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선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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