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엔데믹과 함께 감기 환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지만, 환자들은 코로나19 검사나 독감 검사에 미온적이다. 격리 해제, 비용 부담, 불편한 검사법 등의 이유에서다. 의료 전문가들은 감기가 지속되거나 심할 경우 검사를 꼭 받아보라고 권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5월 21~27일 전국 196개 표본 감시 의료기관의 외래 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 수는 25.7명에 달했다. 이는 이번 절기(2022~2023년) 유행 기준 4.9명의 5.2배 수준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유행 당시 거의 검출되지 않던 인플루엔자 등 호흡기 바이러스가 여러 방역 조치가 해제되면서 코로나19 이전보다 조금 낮거나 유사한 수준으로 검출률이 회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요즘 감기는 유독 ‘지독하다’라는 평이 있다. 짧게는 3~4일, 길게는 일주일이면 사라지던 감기 증상이 2주를 넘기거나 심지어는 한 달까지 이어졌다는 사람도 있다. 보육원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손모씨(31세)는 “감기가 유행이라더니 아이들이 줄줄이 걸리고 있다. 독감에 걸려 입원하는 아이도 생겼다”며 “아이들한테 옮았는지 나도 감기 증상이 나타났다. 한 달째 잔기침을 달고 산다”고 했다.
회사원 이모씨(38세)도 “이번 감기는 너무 오래간다. 2주가 지나도 떨어지질 않는다. 아내도 같이 걸렸는데, 둘 다 오랫동안 고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업주부 이점례씨(52세)는 “5월 초에 감기에 걸렸는데, 나은 듯 싶다가 다시 목이 아프고 콧물이 나온다. 주변 사람들도 이번 감기는 꽤 오래간다며 조심하라고 당부하더라”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이비인후과의원 원장은 “감기 발생이 지난 봄부터 이어져 최근 대유행이다. 평일에도 감기 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이 급격히 늘었다”며 “마스크를 벗으면서 감염에 취약해진 것 같다. 또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집에만 있으면서 면역력이 낮아진 사람들이 많아 증상이 다소 오래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코 쑤시기 그만… 검사 굳이 받아야 하나요”
정부의 ‘엔데믹 돌입’ 선언과 함께 지난 1일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됐다. 확진자에 대한 7일 격리 의무가 5일 권고로 바뀌었다. 격리 의무가 사라지면서 사람들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일하는 회사의 지침상 유급휴가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코로나19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그간 숱하게 겪은 검사에 따른 불편을 더 이상 감수하고 싶지 않다는 반응이다. 검사 방법은 독감도 비슷한데, 독감 검사의 경우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별도로 3만원을 지불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회사원 이모씨(38세)는 “예전에는 감기 증상이 있으면 코로나19 확진이 우려돼 병원부터 찾았지만 요즘은 병원에서 검사 권유를 해도 안 한다. 격리 의무도 해제됐는데 굳이 또 코를 쑤시는 검사를 하고 싶지 않다”며 “독감 검사도 이전에 3만원 내고 받은 적이 있는데, 막상 음성 결과를 받으니까 돈이 아깝더라. 그 이후엔 해본 적 없다”고 털어놨다.
취업준비생 박모씨(24세)는 “감기가 걸려도 증상이 극심하지 않다면 병원을 안 간다. 그런데 이번 감기는 좀 심한 것 같아 병원 진료까지 받았다. 의사가 코로나19·독감 동시 검사를 권유했는데 내키지 않았다. 가격이 비싼 것도 있고, 사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도 일반 감기약을 복용하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라고 했다.
대학원생 김모씨(30세)도 “몸이 뜨겁고 목도 부은 것 같아 며칠 전 병원을 찾았다. 의사가 코로나19, 독감 검사를 권했다. 독감 검사는 3만원이나 더 내야한다고 했다. 증상이 심하지 않았고, 이제 격리 기간도 없는데 굳이 받아야하나 싶어 거절했다. 그냥 처방전만 받아왔다”며 “차라리 독감, 코로나19, 일반 감기 증상을 구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격리 없어도 검사 중요”… 감염 전파 가능성 우려
실제 감기와 독감,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은 증상만으로 구별하기 어렵다. 모두 호흡기질환으로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경빈 목동힘찬병원 내과 전문의는 “해당 질환들은 호흡기 감염 질환으로 증상이 유사하다. 코로나19의 주요 증상은 발열, 기침, 호흡곤란이며 감기 바이러스는 콧물, 코막힘, 기침, 근육통, 발열 등 다양한 증상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증상 구분이 쉽지 않기 때문에 별도 검사를 통해 확실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는 강조했다. 이 전문의는 “감기는 특별한 치료가 필요한 다른 질환과 증상이 비슷할 수 있는 만큼 이를 감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격리가 필요 없어진다고 해도, 증상이 있다면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감염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 전문의에 따르면 △10일 이상 지나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악화될 때 △39도 이상 발열이 있거나 △식은땀과 오한이 동반된 경우 △심하게 피로하고 다른 신체부위에 통증이 동반될 때 △기침이 오래 가거나 호흡곤란이 있다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이 전문의는 “감기는 휴식을 취하기만 해도 충분히 나을 수 있다. 하지만 감기가 오래 지속되고 심해지면 의료기관에서 검사와 함께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