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출가한 명문대 출신 승려가 전 부인과의 사이에서 둘째 아이를 얻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대한불교조계종이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다.
조계종 측은 전 부인과 위장 이혼을 한 뒤 둘째 아이까지 얻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도연스님을 종단 내 수사기관인 호법부가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도연스님은 호법부 조사에서 ‘전 배우자와의 사이에 아이가 1명 있었고, 이혼 후 출가했다. 전 부인과 사이에 둘째 아이를 얻은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은 결혼한 사람이 이혼하고 속세의 인연을 정리하면 출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출가 전 결혼 여부와 자녀 유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번 의혹처럼 전 부인과 관계를 이어가서 출가 후 아이까지 낳았다면 승적 박탈 처분 대상이 된다.
종단 측은 도연스님에게 유전자 검사로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그는 ‘전 부인이 응하지 않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계종 관계자는 연합뉴스를 통해 “종단에 (일반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어 강제로 유전자 검사를 하게 할 수는 없으니 본인이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며 “만약 증명하지 못하면 그간 드러난 사실을 중심으로 판단해 징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도연스님은 의혹에 관해 공개적인 해명이나 반론 없이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그는 지난 7일 SNS에 올린 글에서 “이번 일을 통해 조계종 종단에 부담을 주고 좋지 않은 영향을 준 것에 대한 책임을 느낀다”며 “당분간 자숙하고 수행과 학업에 정진하는 시간을 보내도록 하겠다”고 했다.
도연스님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다 출가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봉은사 명상 지도자로 활동하면서 ‘내 마음에 글로 붙이는 반창고’ 등 단행본을 내고 TV에 출연하면서 유명해졌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