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시선]흥행 참패 아태마스터스 ‘정치 논리’ 없었나

[편집자 시선]흥행 참패 아태마스터스 ‘정치 논리’ 없었나

송하진 전 지사 ‘새만금잼버리’에 이어 2년 연속 국제대회 유치
‘경제효과 800억원’무색, 경제 어려운데 헛돈 썼다는 지적 많아

기사승인 2023-06-12 10:22:01
‘2023 전북 아시아태평양 마스터스대회’ 심볼마크

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 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전북도에서 큰 기대를 가지고 개최한 세계 생활체육인의 축제인 ‘2023 전북 아시아태평양 마스터스대회’가 지난달 20일 9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71개국에서 1만 4177명의 생활체육인이 참가해 지난 2018년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열린 제1회 대회보다는 2배 넘는 생활체육인이 참가했으나 흥행에는 참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수진 전북도의원(국민의힘·비례대표)은 지난주 도의회 제401회 정례회에서 “전북 아시아태평양 마스터스대회가 메가 이벤트 유치의 허상을 드러냈다”고 질타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연초 아태마스터즈대회를 ‘지역경제 활성화와 세계화’의 디딤돌로 삼고 ‘전북브랜딩 강화와 생활체육 활성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도내 우수한 전통문화와 아름다운 자연경관 등 특색 있는 관광자원을 앞세워 전라북도 브랜드를 전 세계에 홍보할 수 있어서 전라북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또, 기회는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행동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같은 것으로, 2023 전북 아태마스터스대회가 ‘세계로 통하는 전북’, ‘전북 브랜드의 세계화’라는 선물이 될 수 있기를 도민과 함께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부푼 기대와는 달리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국은 물론 도내에서도 태반이 행사의 존재를 몰랐고 코로나 이후 국가경제도 어려운데 헛돈을 썼다는 혹평까지 나온다.

이번 대회에 투입된 사업비는 지방비 116억원을 포함해 총 165억원에 달하고 총 예산은 200억 가까이 된다. 전북도와 대회조직위원회는 625억원의 생산소득 유발에 248억원의 부가가치 창출 등 800여억원의 경제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막대한 투자에 비해 경제적 효과는 미흡해 재정만 축낸 꼴이 됐다. 

아태마스터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공인한 국제 생활체육인 대회다. 아시아·태평양 국가 선수들이 모여 4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것으로 아메리카와 유럽에서도 각 대륙 권역별 대회가 있고,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참가하는 '월드마스터스' 대회는 하계와 동계로 나눠 열린다.

경기 종목은 기본적으로 올림픽 등 엘리트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 종목과 큰 차이가 없으나 통상 10대∼30대가 주축이 돼 참가하는 다른 국제대회와 달리 아마추어들이 연령과 성별에 상관없이 참가하다 보니 대중들의 관심도 끌지 못하고 ‘그들만의 리그’로 끝나는 사례가 많다.

그런데 지방재정도 열악한 전북에서 어떻게 아태마스터스에 관심을 가지고 유치했을까, 2017년 8월 ‘2023 세계잼버리’를 유치한 당시 송하진 지사는 이듬해 2022년 ‘제2회 아시아·태평양 마스터스 대회’를 유치하겠다고 밝힌다.

전북도는 당시 관광이나 휴양 등을 동반하는 대회여서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고 세계잼버리 개최 전 국제대회 운영으로 잼버리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노하우도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갑자기 유치에 나서자 누구도 고운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 이듬해인 2019년 10월1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IMGA 총회에서 2022년 대회 개최지로 확정되고 당시 송 지사는 개선한다.

사실 아태마스터스는 사전타당성용역에서 경제적 타당성에서 비용대비편익(B/C)은 1.003이 나왔으나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대회를 통해 직접 거둬들일 수 있는 수익인 직접 편익이 0.55, 간접편익은 0.453으로 기존 체육시설을 활용해서 대회를 치를 수 있어 전체 편익은 1을 가까스로 넘겼지만 인지도가 낮고 성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것은 예고됐다.

그럼에도 송 전 지사는 이를 강행했고 도지사 3선 도전을 선언할 때 ‘세계잼버리·아태 마스터스 대회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책무가 있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또 “뿌린 씨앗을 제대로 거두는 ‘완성의 미’를 이룰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도민 신뢰를 받고 싶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송 전 지사가 국제 대회 하나로는 부족했던지, 아태마스터스를 들고 나온 이유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막은 내려지고 뒤끝은 씁쓸하다. 이번 대회는 뒷말도 많았다. 대회를 3개월여 앞 둔 지난 1월말 해외 참가자가 고작 1800여명에 불과한 지경에 이르자 ‘돈 주고 선수를 모집한다’는 지적도 나왔고 1천만원이나 들여 만든 홍보물은 “여자를 만나기 위해 운동을 한다”는 웃지도 못할 메시지에 ‘19금(禁)’ 논란까지 일었다. 또, 일본의 월드마스티스 연기로 1년이 늦춰지는 사태도 겪었다. 

김관영 지사도 “대회 추진과정과 성과에 대해 도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며, 저조한 흥행을 일부 시인했다.  

이제 평가의 시간이다. 하지만 아직 결산과 평가에 대한 소식은 들러오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는 유치전 사전 평가는 열을 올리지만 사후평가에는 관심이 별로 없는 경향이 있다. 800여억원의 경제효과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는데 경제효과는 과연 얼마나 나왔는지, 못 미친다면 왜 못 미쳤는지, 유치 당시 부풀려 추산한 것은 아닌지 분석하고 혹 송 전 지사가 자신 입지를 위해 정치적 논리로 밀어붙인 부분은 없는지도 세밀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또한 김 지사도 앞으로 정치적 논리에 따른 대규모 이벤트 유치 등은 없어야 할 것이다.
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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