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항공유’ 갈길 먼 국내 시장…“인프라 없는 그린워싱”

‘지속가능 항공유’ 갈길 먼 국내 시장…“인프라 없는 그린워싱”

-EU발 친환경 항공유 규제, 연료 효율화로 탄소 저감
-항공업계 탄소 감축,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는 지적도
-지속가능 항공유 확대시 항공 요금 인상은 불가피

기사승인 2023-06-13 06:00:09
인천공항에 있는 국내 항공사 여객기. 연합뉴스

항공업계가 ‘지속가능 항공유(SAF, Sustainable Aviation Fuel) 확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오는 2025년부터 SAF 사용을 의무화함에 따라 유럽노선을 운행하는 국내 항공사들은 비상이 걸렸지만 국내 시장 개척 논의는 더딘 모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 중 대한항공이 국적 항공사 최초로 정기 노선인 파리-인천 구간에 지속가능 항공유를 사용하고 있다. SAF는 폐식용유, 농업 부산물, 폐기물 등의 친환경 원료로 만든 대체 연료로 기존 항공유와 혼합해 사용할 수 있다. 화석연료 기반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까지 감축할 수 있어 항공 부문의 탄소 감축수단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EU의 방침에 따라 유럽을 출발하는 전세계 항공기는 2025년부터 의무적으로 현지에서 제조한 SAF를 섞어 주유해야 하는데 기존 항공유보다 가격이 3~5배 더 비싸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유럽노선 국내 항공사들의 운임이 더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 미국과 유럽이 SAF 시장을 선도하고 점차 세계적 추세로 자리잡아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정부차원의 가이드라인 없이 민간 기업들 간의 업무협약을 통한 기술개발과 사업추진이 이뤄지고 있을 뿐이다.

당장 EU는 오는 2025년부터 유럽발 각국 항공기들에 현지 SAF를 2% 이상 섞어 운행하도록 방침을 정하고, 2030년 6%, 2035년 20%, 2040년 34%, 2050년 70%까지 의무 사용 비율을 늘릴 예정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 부담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수의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SAF 확대에 대해 “원가에서 유가 비중이 통상 30%인데, SAF 도입시 원가가 오르니 항공 요금도 당연히 오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저비용항공사(LCC) 중 유럽 노선 운항을 추진하는 티웨이항공, 에어프레미아 등도 장거리 운항에 쓰일 기종을 속속 도입하고 있지만 SAF 관련 질문에는 명확한 답변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EU 규제 관련 담당 인력을 두고 SAF의 구매 루트 및 EU 가이드라인에 따른 혼합 비율 등을 파악해 도입을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도 “아직 결정된 부분이 없다”며 구체적인 답변은 아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는 정유사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와 정유 업계 차원에서 SAF 시장 진출을 위한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생산, 보관, 유통과 관련된 기반조차 없는 상황에서 항공사가 SAF 도입한다는 얘기는 어불성설이자, ‘그린워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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