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혁신위원장 임명에도 ‘산 넘어 산’…혁신 방향도 ‘백지’

野혁신위원장 임명에도 ‘산 넘어 산’…혁신 방향도 ‘백지’

혁신위원장에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임명
이재명 “혁신기구에 모든 것 맡길 것”
조응천 “혁신위 공감 얻기 힘들 것”

기사승인 2023-06-17 06:00:23
더불어민주당 신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혁신위원회의 수장으로 임명했다. 다만 혁신위원 인선, 명칭, 과제 설정 등의 구성까지 마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쇄신 의원총회 이후 혁신위를 띄우겠다고 발표한 지 한 달 이상 지나면서 출범 전부터 회의론이 제기된 가운데, 당 내에선 의제 설정이 혁신위의 성패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대의원제 폐지 등이 혁신위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큰 가운데, 비명계에선 “국민적 관심사가 아니며 혁신위에서 다룰 사안도 아니다”고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내에선 혁신위에서 계파 갈등을 격화시킬 사안이 아닌 당내 다양성 등 모두 공감할 만한 과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재명 대표는 당 혁신기구와 관련한 모든 권한을 김 교수에게 위임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혔다. 이 대표는 1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기구가 우리 당과 정치를 새롭게 바꾸도록 이름부터 역할까지 모든 것을 맡기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지도부는 혁신기구 개혁안을 전폭 수용해 새롭게 거듭나는 민주당, 유능하고 강한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혁신 전권을 받은 김 교수는 즉시 구체적인 인선 작업 등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당 내에선 현역 의원을 포함한 10명 내외로 혁신위가 구성될 것이라고 관측이 나온다. 지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할 당시 계획한 혁신위원 구성은 초선 현역 의원과 외부인사 등을 포함하는 안이었다. 이에 이번에 새롭게 임명된 김 교수도 외부인사와 현역의원 모두 포함할 것이라는 풀이다. 

김 교수 임명 전 과거 발언으로 사퇴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 낙마사태가 일어나면서, 인선 과정에선 정밀 검증에 집중했지만 맹탕 인선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당 안팎에선 혁신위원장 후보로 압축된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김 교수 중 한 명으로 선정하는데 시간을 너무 끌었다며 ‘김이 샜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에 비명계 중심으로 당 일각에선 혁신위 출범 전부터 의미가 무색해지고 있다며 비판에 나섰다. 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이날 쿠키뉴스에 “이 대표가 정 교수와 김 교수 두 선택지 중 고민하는 것 자체가 모순적이었다. 누구를 데리고 와도 정치 경력이 둘 다 없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할 지 예측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CBS라디오에서 “혁신위 역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 돼있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지금 (혁신위를) 지도부의 별동대 비슷하게 보는 것”이라며 “그러니까 모든 의원들의 공감대를 얻어내기가 힘들 것”이라고 했다. 

또 당 일각에선 당 혁신위원회가 실제로는 아무 권한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날 본지에 “이재명 대표와 결을 같이하면 권한을 주되 사전에 협의한 뒤 발표하게 하여 사실상 수렴청정의 결과로 이어질 테고, 반대로 이 대표와 각을 세운다면 아무런 권한 없이 손발이 짤린 상태로 허수아비가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고 꼬집었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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