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남용’ 가능성 제기된 점안제…급여 축소 우려하는 시선들

‘오남용’ 가능성 제기된 점안제…급여 축소 우려하는 시선들

전문의약품 히알루론산 점안제, 9월 급여재평가 결과 앞둬
지난해 처방액 2800억원대…약물 효능성·급여 적정성 검토

기사승인 2023-06-21 06:00:12
쿠키뉴스 자료사진

안구건조증에 흔히 사용되는 히알루론산(HA) 점안제가 본격적인 급여 재평가에 들어선다. 정부는 재평가 사유로 ‘무분별한 처방’을 꼽으며 급여 개선에 의지를 보이는 가운데, 의료계나 시민단체는 ‘냉정한 급여 축소’를 우려하는 모습이다.

2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히알루론산 점안제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 급여적정성 재평가 항목에 포함돼 오는 9월 급여 유지 여부에 대한 심의 결과를 앞두고 있다. 앞서 3월 심평원은 해당 제품을 개발하는 제약사들로부터 재평가 자료를 제출 받았다.

이번에 재평가되는 히알루론산 점안제는 ‘전문의약품’으로 의사 처방 하에 받을 수 있다. 이는 쇼그렌증후군, 피부점막안증후군, 건성안증후군(안구건조증) 같은 내인성 질환뿐만 아니라 외상이나 콘텍트렌즈 착용 등에 의한 외인성 질환에서도 처방된다. 

히알루론산 점안제는 대상 품목 수가 51개사 427개에 달할 정도로 대규모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히알루론산 원외처방액은 2020년 2482억원, 2021년 2466억원, 2022년 2815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1분기만 해도 809억2000만원에 도달했다.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은 히알루론산 점안제가 실제 필요한 환자들에게 제공되고 있는지, 사용량이나 연령, 질환에 따른 기준은 적정한지 등을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비급여 적용을 받을 지,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될 지도 이번 평가에서 포괄적으로 검토된다. 

서나영 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이번 재평가를 통해 기관별로 처방량, 처방 연령 및 질환 등을 살펴보고 약물의 효능성과 더불어 급여가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파악하고자 한다”며 “그동안 의료 현장이나 전문가 회의 등에서 히알루론산 점안제의 오남용 가능성이 제기된 만큼 전반적으로 검토해 볼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처방 늘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다각도에서 신중한 판단 필요”

이 같은 정부 결정에 의료 전문가나 소비자단체, 업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각 직역 간 입장은 조금씩 다르지만 급여가 축소될 경우 부정적 영향을 받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계는 처방 현장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오남용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평가를 하면 급여 기준을 너무 좁게 설정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수도권 지역 A대학병원 안과 교수는 “히알루론산 점안제는 농도별로 쓰임새가 다르다. 의사가 환자의 눈 상태를 살펴보고 농도를 결정해 사용한다”라며 “질환별로만 구분해 급여를 축소 적용하면 일반 환자들은 병원 방문 없이 약국에서 일반의약품 점안제를 구매할 가능성 있다. 정확한 진단에 따른 약물 처방이 필요한 환자가 있을 텐데 그들을 놓치게 될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정 부담이 크다면 점안제 농도별로 급여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그나마 적절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B안과 원장은 “고령층의 백내장, 녹내장 수술이나 라식·라섹 수술 이후에도 히알루론산 점안제가 처방되다보니 처방 규모가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최근 청소년들의 스마트폰·온라인 사용이 늘고, 미세먼지로 인해 안구 건조나 가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증가한 것도 점안제 처방 확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본다. 처방량이 늘었다고 해서 이를 오남용으로 보기는 어렵다. 환경에 따라 환자가 증가하고 사용량이 많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구건조증의 경우 환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통증이나 건조감 등을 바탕으로 점안제 지속 사용 여부를 결정짓는다. 이런 점까지 살펴 급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든다”며 “일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단순 반복 처방 등으로 재정을 낭비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다각도에서 신중하게 판단하고 결정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노인단체 등은 급여 범위가 줄면 환자의 의료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의견을 정부에 꾸준히 제기해 왔다. 대한노인회 관계자는 “많은 노인들이 백내장, 녹내장 등 각종 안과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특정 안과 질환이 없더라도 눈이 건조한 증상이 잦아 일상생활에서 인공눈물을 수시로 사용한다. 점안제 급여가 줄어들면 노인들에게 비용 부담으로 인한 고통을 안겨줄 것”이라며 “노인회는 이런 입장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전달했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제약업체들은 법무법인을 통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2018년 급여재평가로 히알루론산 점안제 약가 27% 인하를 받아들여야 했던 제약사들은 더 이상 매출 손해를 감당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업계 분위기를 보면 히알루론산 점안제에 대한 급여 축소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심평원 평가 결과에 따라 맞대응 할 수 있도록 제약사들이 모여 법적 대응책을 마련했다. 재평가에 대한 이의제기 뿐만 아니라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 효과성 등 급여 유지에 필요한 입증자료를 구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