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기조가 이어지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집을 마련한 사람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초혼 신혼부부 대출 보유 비중(2021년 기준)도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결혼한 신혼부부들은 ‘대출은 최소로, 양가 지원은 최대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안전자산으로서 부동산 가치 상승과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기조 확산을 지적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신혼부부통계’(2022년 12월 발표)에 따르면 신혼부부의 대출 보유 비중은 89.1%로 나타났다.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대출 잔액 중간값도 1억5300만원으로 역대 최고였다. 지난해 3월부터는 금리까지 오른 상황에서 전세나 매매로 신혼집을 구한 이들은 어떻게 자금을 마련했는지 살펴봤다.
“부모 지원 덕분에 여유로운 생활 가능해져”
지난해 결혼한 정모(27‧여)씨는 양가지원과 은행대출을 7:3 비율로 서울 성북구에 6억원대 아파트를 구입했다. 정씨는 이사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는 “대출금을 갚고 있지만 그래도 감당할 만하다”며 “월급에서 집이 아닌 다른 곳에 투자할 만큼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대출 없이 주택자금을 부모에게 모두 지원받은 경우도 있다. 경기 하남에 거주중인 백모(31)씨와 문모(28‧여)씨는 신혼집 전세금을 양가에서 전액 지원받았다. 그들은 “양가 부모님 도움으로 신혼집을 마련했다”며 “돈을 더 모아 집을 살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안정적으로 가정을 꾸리기 위해선 내 집이 꼭 필요하다”며 “자녀계획이 있어 학군 좋은 송파애 집을 사려고 한다”고 했다. 투자 목적이 아니더라도 아이와 함께 안정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무리해서라도 매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받을 수 있는 지원은 다…은행대출에 회사 대출까지 끌었다”
모두가 부모의 전적인 지원에서 신혼집을 마련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권 및 회사 대출을 최대로 받은 경우도 있다. 지난해 9월 결혼한 박모(29‧여)씨는 서울 동대문구에 신혼집을 마련했다. 매수 당시 가격은 7억2000만원이었다. 박씨는 은행 주택담보대출 3억원, 사내대출 2억원, 부모님 지원 1억원, 본인 예금 1억2000만원으로 자금을 마련했다.
박씨는 “매매 당시 가격이 정말 비싸다고 느꼈다”며 “그래도 실거주할 집 한 채는 필요했기에 일찍 사서 대출을 빨리 갚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 매매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집이 주는 안정감이 매우 커서 만족하지만 대출금 상환과 목돈이 집에 돈이 묶여 다른 투자(주식 등)를 할 기회가 없어진 건 아쉽다“고 토로했다.
내년에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김모(30)씨는 아직 원하는 집을 찾지 못했다. 대기업에 근무 중인 김씨는 부모님의 지원과 모아둔 예금 그리고 금융권과 회사 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전세사기 같은 문제로 전세는 두려워 매매로 생각 중이다”라면서 “집값이 내렸다고 하지만 2030에겐 여전히 집값이 너무 비싸 원하는 가격대를 찾기 위해 발품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오르는 집값을 보면 좌절감이 든다고 말했다. “내 또래가 이 월급만으로는 집을 살 수 있을까? 라는 생각과 동시에 나만 돈이 없나? 라고 종종 생각한다”면서 “그래도 가격이 오를 걸 생각해서 꼭 집을 사고 싶다”고 전했다.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는 집을 사기 위해 결혼한다는 말이 있다. 이를 결혼 재테크라고 말한다. 결혼 재테크는 맞벌이 부부의 소득, 부모님의 지원 그리고 대출을 합쳐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이다. 송파구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는 직장인 이모(28‧여)씨는 “평범하게 사는 게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주변에 아파트 산 사람들을 보면 다 신혼부부”라면서 “부모 잘 만나 대출금 갚을 여력 있는 사람들이 집을 산다”고 설명했다. 그는 “집으로 시작점이 달라지는 것 같다”며 “대출이든 부모찬스든 집을 마련하는 사람들이 부럽다”고 말했다. 주택으로 인한 소득격차와 상실감은 점점 더 커지고 또 깊어지고 있었다.
전문가는 지금이 아니면 평생 집을 못 살 수 있다는 공포감에서 부모찬스와 결혼 재테크가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이화여대 최샛별 사회학과 교수는 “예전에도 신혼부부가 집을 쉽게 살 순 없었지만 가격이 계속 오르지 않았고 또 꾸준히 벌면 집을 살 수 있었기에 부모찬스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은 가장 안전한 자산이자 삶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기반”이라며 “부동산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금리까지 오르는 상황에서 2030은 부모에게 다른 걸 받을 게 아니라 주택 구매 자금을 받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모찬스가 또래 무주택자에게 상실감을 줄 수 있지만 법적으로 막을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로 대출 한도가 늘어났지만, 나머지 금액은 본인이 가지고 있어야 매수가 가능하다”며 “2030의 경우 이 금액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드물기에 부모찬스 없이는 집을 살 수 없는 게 현실이다”라고 전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