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의 생각이 옳음을 확인하기 위해 상대편의 의견을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상대가 다른 의견을 제시할 경우 이를 회피하거나 무시하고, 동의하는 말을 들을 경우에만 ‘내 말이 맞지?’라고 반문하며 확신을 굳히는 사람이 있다.
이를 두고 일명 ‘확증 편향’ 또는 ‘확신 편향성’에 사로잡혔다고 말한다.
이런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고 한다.
또 자신의 주장에 불리한 증거는 무시하고, 자기주장을 뒷받침하기에 유리한 사람만 만난다.
상대의 의견을 듣고 싶은 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만 확증 받고 싶어 하는 이런 사람은 자기중심적 왜곡을 쌓아간다.
취득되는 정보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받아들여 자신이 정해 놓은 결론에 보탠다.
교차검증 같은 것은 필요 없고, 다른 이의 의견은 듣고 싶지도 않다. 이런 사람의 선택은 다양한 피해를 양산하게 된다.
최근 ‘유희태 완주군수의 주변에 예스맨(Yes Man)만 가득하다’는 소문이 떠돈다.
이유는 유 군수의 사업 방향이나 결정 사항에 다른 의견을 제시하거나 절차의 정당성 등을 논했다가는 돌아오는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토를 달아도 반영되지도 않기에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룰에 따라 단체장의 의견에 동조하고 결제를 쉽게 쉽게 받아낸다고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완주군의 미래가 암울하다.
눈칫밥 30년 전후의 공무원들이 단체장의 성향에 따라서만 편의주의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도 문제지만, 중요한 사업들을 결정하는 단체장이 확신 편향적으로 행정을 추진하는 것은 더욱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소문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최근 일련의 완주군 사업 행태를 보면 쉽게 우려를 지울 수도 없다.
유희태 군수는 비봉면 폐기물 매립장의 처리와 관련해 어떤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다만, 관련 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위원회의 결정을 지켜본 후 대책 마련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단체장으로서 방향을 정하고, 계획을 세우고, 해결에 적극 나서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완주군 백서’를 만들어 매립장 문제가 전임 군수의 잘못인지를 따지겠다는 뜻을 비쳤다는 말도 나온다.
또 완주군 공무원이 제안하는 사업 등이 유 군수 본인의 의사와 배치될 때는 ‘제안자가 책임질 수 있으면 추진하라’고 반응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는 성격이라는 소문도 있다. 이 역시 사실이라면 문제가 크다.
그런데 이렇게 군정에 소극적인 유희태 군수가 본인이 결정한 사업을 추진할 때는 공무원들을 강하게 압박하는 동시에 절차와 정당성을 따지는 군의회와 논쟁은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 군수는 최근 본인의 공약 사업인 만경강 기적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봉동교 인근에 1,150대 규모의 생태주차장 건립을 추진하면서 전 공무원의 역량을 모아 계획을 세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진행 절차에서부터 공무원들은 갈팡질팡했고, 군의회로부터 엄중한 질타를 받아야 했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순수 군비 170억원이 소요되는 사업인데도 주민 설득이 미비하고 군의회와 소통도 없이 예산을 확정 받으려다가, 다시 용역 발주로 우회하는 등 아마추어적인 행정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물론, 경영인 출신인 유 군수의 일사천리식 사업 방식이 민간 기업에서는 크게 성과를 낼 수도 있다.
그러나 행정의 영역에서는 일방통행식 사업 추진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다.
군민의 다양한 의견을 아우르고 함께 가야 할 책임이 있는 단체장이 독단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가는 다양한 부작용만 얻고 사업은 실패할 수 있음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습득해 왔다.
유 군수 역시 본인의 저서 ‘사월에는 민들레가 핀다’에서 “혼자서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더욱 멀리 갈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역설하던 때가 있다.
완주군민들은 정치인 출신 임정엽 전임 군수 때는 로컬푸드 사업을 널리 알리는 등 조직을 장악하고 공무원들을 일 하게 만들었던 점을 평가했고, 행정부지사 출신인 박성일 전 군수는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경영인 출신 유희태 군수는 본인의 공약을 임기 내 완성시키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유 군수는 정치권과의 연대력도 낮아 국비 확보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를 받고 있다.
최근 완주군이 유치한 ‘수소특화 국가산업단지’는 박성일 전 군수 및 공무원들과 지역구 안호영 의원의 기나긴 노력에 의해 성취됐다.
그런데도 유 군수는 전임 군수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는커녕 현역 의원에게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수소특화단지 유치 홍보에 나섰다는 게 민주당 지역위원회 관계자의 전언이다.
완주군을 위해 유치한 특화단지라면 단체장으로서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게 도리이다.
하지만 같은 당 소속 의원에게도 이 정도 대접이니, 앞으로 사업 예산 확보 등 정치권과의 공조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경영인으로서 다양한 경험을 했던 유희태 군수지만, 경험이 쌓이고 나이가 들수록 독선적이면서 확신 편향적으로만 사업을 추진한다면 완주군민에게 남은 3년은 암울할 수도 있음이다.
완주=황성조 기자 food2drin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