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고민 청년정치인 유호준 “흑역사 안 남길래요” [쿡 청년정치]

‘기후위기’ 고민 청년정치인 유호준 “흑역사 안 남길래요” [쿡 청년정치]

“막연한 기후 걱정, 당선되니 더 선명…마지막 세대 남을까 걱정”
“20C 세대, 미래 세대에게 미안함 느껴야”
“노동자·장애인 문제에도 관심 많아”

기사승인 2023-06-24 06:00:44
유호준 경기도의원.   사진=박효상 기자

“먼 미래 일이 아니더라고요. 이미 늦었어요” 


평년보다 기온이 높았던 지난 22일, 경기도의회에서 만난 청년 정치인 유호준 경기도의원이 쿠키뉴스와의 인터뷰 도중 던진 의미심장한 말이다. 여느 20대 청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지만, 최근 전 세계가 주목하는 ‘기후위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지금의 청년·청소년 세대가 지구상 마지막 ‘호모 사피엔스’가 될지 모른다고 걱정한 그는 광역의원이 되기 전까지는 이 정도로 기후 위기가 심각한 줄 몰랐다고 했다. 현재 자신이 속한 도시환경위원회에서 활동하게 되면서 다양한 지표와 정책 내용을 살펴보고, 심각성을 인지, 의정활동을 통해 기후 문제를 잘 다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특히 “21세기에 맞게 된 기후위기는 20세기 때 개발에만 집중해 벌어진 결과”라며 20세기 끄트머리인 1995년에 태어났지만 강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를 더 많이 살아온 기성세대들이 후손들에게 미안해하고 책임감도 느껴야 한다는 당찬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기후 위기’에 주목하는 청년 정치인 유호준 경기도의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유호준 도의원과의 일문일답.

-다양한 활동을 했다. ‘정치를 해야겠다’ 결심한 계기가 있다면
▷고등학교 학생인권 관련 활동을 시작으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대학 진학 이후로는 노동자, 장애인, 소상공인, 이주민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하는 삶을 살았다. 이후 회사를 다녔는데 사회초년생치고 연봉이 많은 편이었다. 그런데도 공허함이 컸다. 정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사회에 유용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활동가도 그런 역할이지 않은가
▷활동가도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보니 다들 나라를 바꾸겠다고 하더라. 왜 지방의원이 지방을 변화할 거라고 얘기하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정치인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선될 거라 생각은 못했다. 당선될 줄 알았으면 오히려 주저했을 것도 같다. 삶이 많이 바뀐다는 점 때문이다.

유호준 경기도의원이 지난 22일 경기도의회에서 기후정의파업에 참석했을 때 들었던 피켓을 보이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환경문제에 특히 집중하는 것으로 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의원이 되기 전만 해도 환경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 탄소랑 온실가스가 같은 말인지도 몰랐다. 근데 상임위 배정을 도시환경위원회로 받고 나니 환경 문제에 눈을 뜨게 됐다. 경기도의회 구성이 최연장자가 49년생, 최연소자가 99년생으로 다 20세기 사람이다. 20세기에 태어난 사람들이 만들어 온 문제로 지구가 이렇게 심각해졌다고 생각한다. 21세기를 살아가면서 전환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미래가 없다고 본다.

-온실가스를 기준으로 예·결산 과정을 평가하는 조례 제정 노력을 했다. 이유가 있나
▷이 조례로 공직사회와 의회 모두에 기후관점의 일상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상임위원회를 넘어서면 다른 의제를 다루기 어렵다. 기후 위기는 도시환경위원회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중앙정부는 이미 하고 있는데 이를 단지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지방의회에 참고서가 될 수 있다는 맥락에서도 필요성을 느꼈다. 얼마 전 상임위 통과해 최종 처리만 남았다. 문턱을 하나 넘었고 곧 시행될 수 있을 텐데 아쉬운 점은 제정이 이미 늦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새로운 시작을 위한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

-환경 관련해 추진하는 다른 프로그램도 있나
▷경기도에 민간참여형 생태조사 프로그램이 있다. 이런 사업을 통해 우리 주변의 생태환경에 대한 관심을 늘려 생태다양성의 중요성을 인지하도록 하는 활동을 늘리고 싶다. 도민참여형 탄소중립 도민추진단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이 활동을 통해 기후 의제가 더 일상으로 들어오게끔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개개인 생활에 환경 의식이 스며들 수 있게 중간 역할을 하도록 할 것이다.

-기후위기는 먼 미래라고 생각하는 견해도 있다.
▷지금 세대가 마지막 세대라고 생각한다. 파리협정의 목표인 지구 온도 1.5도 상승 제한은 이미 위태로운 계획이 됐다. 전환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호모 사피엔스 종말이 오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이 있다. 기후 위기는 이미 시작했다. 처음 임기 시작할 때 폭우가 심해 사람이 죽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아니라고 한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야 위기라고 할 것인지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기후위기에서 청년 정치인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주변 친구들 중 기후위기 문제로 아이 낳는 것을 거부하는 친구들이 있다. 우리 자녀 세대들이 온전히 지구에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심각성을 기성세대 의원에게 전달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익과 환경이라는 전통적인 대결구도가 아닌 생존과 미래를 논해야 하는 시대가 왔음을 환기시키려고 한다. 앞으로 청년들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기후위기 문제 외 관심 두는 게 있다면
▷노동자, 장애인 등을 위한 다양한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학창 시절 학생 인권 관련 활동을 시작으로 대학생 때 본격적으로 소상공인, 이주민 등을 위한 활동을 했다. 최근에는 장애인 이동권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옛날처럼 관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이들을 지역사회의 동반자로 보려고 노력하는 관점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 장애인 권리 중심의 일자리 사업이나 이동권과 관련한 얘기를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자주 나누고 있다.

-유호준에게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란 내게 ‘과정’이다. 고등학교 때 야간자율학습 강제실시에 반대한 게 활동의 시작이다.정치라는 게 특별한 무언가가 아니라 일상적인 활동들 속에서 자연스레 이뤄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또 그 과정을 통해 역량을 더 갖추고, 세상을 바꿔내는 일들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재선만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내가 던지는 의제들이 오래 남는, 오래가는 정치를 해보려 한다. 그래서 유호준 하면 ‘용기있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떠올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채리·황인성 기자 cyu@kukinews.com

유채리 기자,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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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리 기자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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