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아크’가 ‘로아온’을 통해 여름 업데이트 소식을 전한 가운데, 이용자들이 각종 게임 커뮤니티에서 실망감과 분노를 여과 없이 표출하고 있다. 이들은 개발진의 ‘소통’ 부재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스마일게이트는 자사의 핵앤슬래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로스트아크의 올해 여름 업데이트 소식을 전하는 ‘2023 로아온 썸머’를 24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로아온은 로스트아크 개발진이 게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대표적인 소통 행사다.
이번 행사는 ‘인게임 밸런스 문제’나 ‘핫딜 품목 논란’ 등으로 이용자들의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 속에 개최됐다. 그럼에도 로스트아크 개발진은 행사를 통해 이용자들의 만족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되려 실망감과 분노만을 자아냈다. ‘인벤’ 등 각종 게임 커뮤니티는 이용자들의 불타는 성토장이 됐다.
로스트아크 이용자들의 분노는 어디에서 왔을까. 쿠키뉴스가 로스트아크 이용자 15인의 목소리를 청해들었다.
가장 큰 문제는 ‘콘텐츠 업데이트 부재’
이용자들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 것은 ‘콘텐츠 업데이트 부재’다. 로스트아크는 긴 시간과 많은 현금을 투자해 성취할 수 있는 ‘수직적 콘텐츠’와 스토리를 일회성으로 제공해 이용자들의 즐길 거리가 되는 ‘수평적 콘텐츠’가 있다.
지금껏 로스트아크가 게임성 부문에서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수직적 콘텐츠인 ‘군단장 레이드’ 덕분이다. 그런데 개발진은 신규 수직형 콘텐츠인 ‘군단장 카멘 레이드’의 출시 시기를 올해 여름에서 돌연 가을로 변경했다.
‘뽀짝하고큐티(카제로스·3년차)’씨는 “단순히 출시가 3개월 미뤄진 문제가 아니다. 개발진은 지난해 9월 ‘군단장 일리아칸 레이드’ 이후 추가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분노했다.
그는 “이번 로아온에 새로운 것은 없었다. ‘소울이터’, ‘카멘 레이드’, ‘베스칼’, ‘하누마탄 시련’, ‘전설 아바타 시즌 3’, ‘기억의 오르골 두 번째 이야기’는 모두 지난 로아온에서 이미 예고된 것”이라고 짚었다. 또한 ‘3차 각성’, ‘카제로스 레이드’ 등 지난 로아온에서 공개했던 콘텐츠는 이번 로아온에서 언급조차 없었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스트리머 동수칸은 방송을 통해 “로스트아크는 패키지 게임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MMORPG 이용자들은 패키지 게임 이용자들과 다르게 실시간으로 게임사에 돈을 지불하고 게임 재화를 구매한다. 마치 DLC(다운로드 가능 콘텐츠)를 내듯 1~2년에 1번씩 콘텐츠를 업데이트하는 것은 게임 개발진이 고객에게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 태도가 아니라는 의미다. 뽀짝하고큐티씨는 게임에 들어가는 ‘매몰비용’을 언급하며 “개발진은 이용자들이 게임의 다음 장을 상상할 수 있도록 유도하며 지치지 않도록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만 했다”고 지적한다.
문제의 원인은 ‘개발진의 소통의지 결여’
이용자들은 신규 콘텐츠 부재의 원인이 ‘개발진의 소통의지 결여’에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 로아온에선 이용자와 개발진의 쌍방향 소통이 이뤄졌다면, 이번 행사에선 질의응답이 무의미한 수준의 일방향 소통이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코(아브렐슈드·2년차)’씨는 “‘아브렐슈드 딜컷’ 문제라는 게 있다. 보스의 피가 0이 돼도 죽지 않는 문제다. 이용자들은 강제로 개발진이 만든 패턴을 끝까지 다 수행해야만 보스를 죽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행사 당시 한 개발진이 이 ‘기믹’을 삭제하라는 이용자의 요구에 대해 ‘개발자 입장에서는 아쉽다’고 발언하자, 정소림 캐스터가 ‘내가 얼마나 열심히 만들었는데! 이거죠?’라며 현장 분위기를 띄우려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해당 개발진은 ‘그래서 이제 안하려고요’라고 대답한 뒤 지속적으로 ‘단답’하며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코씨는 이용자 입장에서 개발진의 이러한 소통 태도가 굉장히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코씨는 “개발진은 ‘카멘 업데이트 날짜를 확정 짓지 않은 건 개발자들이 부담을 느낄 것 같아서다’, ‘신규 클래스가 나올수록 아바타 출시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둥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개발진의 아마추어 같은 태도에 실망했다는 이도 적잖았다. ‘토끼는깡총데헌은권총(니나브·2년차)’씨는 “개발진은 ‘루페온’ 서버를 ‘루테란’ 서버라고 잘못 기재하고 ‘슬레이어’를 ‘소울이터’라 부르는 등 자신들이 발표하는 내용이 무엇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과거 금강선 디렉터 시절의 ‘낭만’적인 소통이 사라진 점을 아쉬워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는 이용자들과 개발진 사이 소통의 교두보 역할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건강 악화로 지난해 사임했다. 이용자 상당수는 금 전 디렉터가 재직하던 시절을 로스트아크의 황금기로 꼽는다.
‘K(카마인·3년차)’씨는 “이용자 대부분이 로스트아크를 아끼고 오랜 시간 플레이한 이유는 ‘게임성’이 아닌 ‘개발진과의 즐겁고 원활한 소통’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증언했다. 게임에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이 있어도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감내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는 “이번 로아온을 보고 ‘개발진이 이용자들의 요구를 듣고 개선하려 하지 않고 이용자들이 개발진에게 맞춰주길 바라고 있구나’라고 생각한 이들이 많을 것이다. 거기서 실망감과 분노가 찾아오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로스트아크 개발진은 오는 28일 오후 7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예고했다.
차종관 기자 alone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