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진옥동·임종룡 명암 뚜렷…남은 과제는

‘취임 100일’ 진옥동·임종룡 명암 뚜렷…남은 과제는

진옥동 회장 ‘한일관계 회복’ 앞장·ESG 경영 강화 성과…실적 개선·주가 부양은 숙제
‘조직문화·상생금융’ 앞장선 임종룡 회장…비은행 계열사 확충·관치금융 비판 나와

기사승인 2023-07-01 06:00:02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오른쪽).   각사 제공.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취임한지 100일을 맞이했다. 두 회장 모두 취임 이후 바쁜 일정을 보내며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의 변화를 이끌어왔다. 

진옥동 회장은 한일관계 복원 및 글로벌 세일즈 영역 전략, ESG경영 강화에서, 임 회장은 조직문화 혁신, 금융당국과의 관개 개선, 상생금융 선두 등의 성과를 짧은 기간내에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신한금융은 KB금융과의 경쟁에서 빼앗긴 ‘리딩 금융’ 타이틀을, 우리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확충이라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취임식에서 그룹기를 흔들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제공

진옥동 회장 ‘한일관계 회복’ 앞장·ESG 경영 강화…실적 개선·주가 부양은 숙제로

금융권에 따르면 진옥동 회장은 6월30일부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진 회장은 취임과 함께 발빠르게 대외활동을 진행하는 행보를 보여줬다. 특히 진 회장은 취임 직후 4월 첫 해외 기업설명회(IR) 대상으로 일본을 선택했다.

진 회장은 신한금융의 일본법인인 SBJ은행 오사카지점장을 비롯해 법인장, 사장을 지내는 등 오랜 일본 경험을 갖춘 ‘일본통’으로 유명하다. 현 정부가 한일관계 복원에 힘쓰고 있는 만큼 진 회장은 민간 부문 영역서 적극적인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진 회장은 지난 4월 일본 금융청을 방문해 한국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등 한일 양국 경제의 민간 교류 증진을 위한 활동도 수행했다.

일본 뿐 아니라 진 회장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등 유럽을 돌며 해외 투자자들을 연이어 만나고 있다. 최근에는 신한금융과 업무제휴를 맺은 프랑스계 은행 BNP파리바와 접촉했다. 진 회장은 올해 하반기에도 해외 기업설명회(IR)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환경계획 금융 이니셔티브(UNEP FI)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회의에서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신한금융 제공

이와함께 진 회장은 그룹 차원의 ESG경영 활성화에 집중했다. 취임 당시 “진 회장이 신한금융그룹이 고객 자긍심으로 자리 잡으려면 세 가지를 실천해야 한다”며 “가장 먼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신한은행은 기존 사회공헌사업 ‘동행 프로젝트’를 계승한 ‘ESG 상생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ESG 경영을 확대하고 있으며, 신한카드는 모바일앱 ‘신한플레이’에 탄소배출량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탄소중립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라이프 등은 산불 등 사회문제가 발생했을 때 금융지원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4월 강원도 강릉 등에서 발생한 산불이 일어나자 긴급 금융지원을 실시했으며,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무료 법률·금융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진 회장은 그간 공고한 지위를 지켜왔던 ‘리딩금융’ 자리를 올해 1분기 KB금융이 차지하면서 이를 재탈환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있다. 신한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조6423억원으로 리딩금융을 수성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당기순이익 1조3880억원을 기록하며 KB금융(1조4976억원)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다만 리딩금융을 탈환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비은행 자회사의 실적 둔화가 두드러지고 있고, 손해보험 영역은 KB금융과 비교해 격차가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장에서도 신한금융의 2분기 실적 전망이 긍정적이지 않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신한지주의 2분기 순이익은 1조2057억원으로 전망된다”며 “컨센서스 1조2700억원을 소폭 하회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주가 부양도 진 회장에게 해결해야하는 숙제다. 올해 초 4만4900원(1월26일 종가)까지 올랐던 주가는 지난 21일 3만4250원까지 떨어지며 반년 사이 23.7% 하락했다. 주가 부양과 주주가치 제고 의지 표명은 물론 실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진 회장은 지난 23일 장내 매수를 통해 총 매입액은 1억7175만원 규모로 자사주 5000주를 매수하며 주가부양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3월24일 본사 강당에서 열린 우리금융그룹 제9대 회장 취임식에서 4가지 경영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금융 제공

‘조직문화·상생금융’ 앞장선 임종룡 회장…비은행 계열사 확충·관치금융 논란 과제로

지난 3월24일 임종룡 회장은 취임 당시 ‘새로운 기업문화 수립’을 가장 먼저 강조하면서 조직문화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7월1일자로 취임 100일을 맞이한 가운데, 임 회장의 조직문화 개선 노력은 ‘성공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가장 먼저 임 회장은 지주 내 주요 CEO 선정 과정서 절차적 투명성과 중요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가 심층 인터뷰와 평판 조회, 업무역량 평가, 심층 면접 등을 진행하는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후보 두 명이 올라가 경쟁을 벌였고, 차기 우리은행장에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가 낙점됐다.

여기에 임 회장은 회장 직속으로 기업문화혁신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자회사 대표가 참여하는 기업문화혁신협의회를 운영해 인사·조직문화·내부통제 등 임직원들이 잘못된 관행이 있다고 공감하는 모든 분야에서 혁신 과제를 만들었다.

기업문화 개선은 인사개편으로 이어졌다. 우리금융은 올해 하반기부터 인사평가 내용을 대상자에게 단계적으로 공개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간 깜깜이였던 직원들의 개인 고과평가를 단계적으로 당사자들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개인의 고과가 상급자로부터 어떻게, 어떤 기준으로 매겨지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해 투명한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임종룡 회장이 취임 100일을 앞두고 우리금융 본점 식당에서 직원들에게 직접 점심을 배식하며 임직원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우리금융 제공

금융당국과의 관계 개선도 임 회장의 임기 내에서 일어난 중요한 변화다. 임종룡 회장 취임 전 우리금융지주와 금융당국과의 관계는 ‘냉랭’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전임 손태승 회장의 연임 여부에 대해 직접적으로 반대 의견을 제시했을 정도다.

이는 임 회장의 취임과 함께 그룹사 차원에서 전방위적으로 진행된 ‘상생금융’ 선도와도 연관이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4월 전국 각지에서 속출하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5300억원 규모의 대출 지원에 나섰는데 민간에서 전세 사기 문제 해결을 위해 금융지원 대책을 내놓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또한 우리카드는 카드업계 처음으로 ‘상생금융 1호 지원책’을 지난 29일 발표했다. 우리금융이 먼저 ‘총대’를 메면 다른 금융사가 뒤따르는 모습이 꾸준히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임종룡 회장과 금융당국은 밀접하게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임종룡 회장의 인사평가에 대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매우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으며, 우리카드가 발표한 상생금융 프로그램에 대해 “최근 어려운 경영 환경으로 여력이 녹록지 않음에도 의미 있는 상생 금융 방안을 마련해준 우리카드에 감사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우리금융의 ‘상생금융 선도’는 다른 금융사들로부터 ‘눈치’와 함께 관치금융 강화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게 만들고 있다. 상생금융에 앞장서는 모습은 좋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지출과 실적개선은 뒤로 밀려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증권가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2분기 당기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전년대비 7~8%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체율 상승에 따른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는 만큼 충당금 설정 같은 리스크 대응 노력도 필요한 상황이다.

문제는 우리금융의 실적의 대부분이 ‘우리은행’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우리금융의 전체 순익 비중 가운데 우리은행의 비율은 80%가량에 달한다.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이 60%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비은행계열사 확충이 시급하다. 이에 임 회장은 증권사 인수 등 비은행 강화 전략을 추진하고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겠다고 천명했지만, 7월 현재 마땅한 M&A 매물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여기에 OK금융그룹을 비롯해 JB금융지주, Sh수협은행 등 다른 금융사들도 증권사를 인수하겠다고 나서면서 경쟁자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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