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 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전북 전주를 가끔 방문한다는 지인은 ‘전주는 평온하고 편안한 도시지만 변화가 없는 정체된 도시’라는 인상을 받는다고 자주 이야기한다. 사실 시민 모두 느끼는 일이지만 10여 년 넘게 전주는 바뀐 것이 없다. 그러나 민선8기 들어서면서 전주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우범기 시장이 지난해 7월 취임한 이래 전주야구경기장 철거, 전주역사 증축,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개발 등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우범기 시장이 올해 첫 현장 방문으로 전주종합경기장을 찾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전주종합경기장은 지난 1963년 시민 성금으로 지어져 전국체전을 개최했고, 전주야구장은 한때 쌍방울 레이더스 프로야구단의 홈구장으로도 활용됐으나 시설 노후화로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 후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철거됐다. 전북도지사를 지낸 송하진 지사가 전주시장 시절 롯데 그룹과 손을 잡고 개발하려 했으나 김승수 시장이 당선되면서 전주시 재정사업으로 ‘시민의 숲’을 조성하겠다고 계획을 변경한 후 방치된 상태에 있다.
우 시장은 일부에서 나오는 ‘개발론자’라는 평가답게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과 관련해 개발을 추진하는 회사 대표와도 공개적으로 만나 전임 김승수 시장이 공론화를 핑계로 3년 이상 뭉개며 눈치만 살피던 것과 달리 적극적 추진 입장을 보였으나 진전은 없다. 향후 20년 동안 전주시내 곳곳에 1조 5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왕의 궁원(宮苑) 프로젝트’도 눈길을 끄나 어설픈 계획과 재원의 불확실성으로 추진에 공감이 가지 않는다.
무엇보다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은 준공된 지 42년이 지나면서 낡고 협소한 전주역사 개선사업이다. 기존 전주역 청사 외형은 그대로 살린 뒤 청사 뒤편에 지상 3층·지하 1층 규모의 선상역사를 신축하고 주차 공간 확보와 광장 교통체계를 개선한다. 2025년 12월에 공사를 마무리되면 전주역은 연면적이 4배 가량 늘어나고 주차대수도 2배 가까이 확충되나 거시적 안목에서 미래를 배려한 계획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현재 전주시청이 있는 서노송동에 있던 전주역은 1981년 5월 도시 외곽이었던 현재의 우아동으로 이전했다. 전주역은 2011년 전라선 KTX 개통 이후 하루에 KTX 43편을 비롯해 철도 74편이 정차하며 하루에만 약 9천명, 연간 약 325만 명이 이용하는 등 연간 1천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한옥마을의 관문역할을 톡톡히 해왔지만 이용객에 비해 역사가 비좁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주역 개선 사업이 공론화된 것은 한참을 거슬러 올라간다. 전주시와 국가철도공단, 한국철도공사 등 세 기관이 2018년 10월 위·수탁 협약을 체결하고 사업추진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 이전부터 전주역 확충을 위한 노력이 있었다. 당시 전주시장이었던 김승수 시장이 ‘전주에 어울리는 품격 있는 전주역사’가 필요하다고 사업을 추진했으나, 정부 협조가 없어 난항을 겪다 당시 중진의 전주 국회의원이 나서면서 물꼬를 텄다.
전라북도 출연기관인 전북연구원이 합세해 전주역사의 이용객 규모와 이용객이 일시에 몰렸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정도를 계량화해 철도청 등 정부와 국회에 제시했다. 안전 전문가들은 1㎡당 5~6명 이상이 있을 때를 ‘위험 단계’로 본다고 한다. 1㎡당 6명이 모이면 사람들이 한꺼번에 넘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는 것인데 전주역 상황은 한꺼번에 인파가 몰리지는 않지만 이용객을 연면적으로 나누어 환산하면 안전수치를 넘어선다. 그로부터 5년여가 지나서야 첫 삽을 떴지만 신축 선상역사나 투입예산이 당초 계획보다는 턱없이 부족하다.
우 시장이 취임하면서 변화를 꾀한다고는 하나 어찌 보면 시장이 전적으로 설계한 변화가 아니라 때를 잘 만난 ‘행운아’라는 생각이 앞선다. 많은 현상이 그러하듯 한 사업이 성안되고 실현되기까지는 숨은 노력과 드러나지 않는 과거가 있기 마련이다. 물론 추진 당시에 결과가 나타나면 더 좋겠지만 전주시는 전북도와의 불협화음과 지역사회의 알력, 추진력의 부재 등 여러 요인으로 ‘정체 도시’의 오명을 벗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지금 전주시는 개발요인이 산재해 있고 그간 노력으로 여건도 어느 정도 성숙돼 있다. 이제 얼마나 추진력 있고 시민이 공감할 수 있게 진행하느냐가 과제다.
전주시는 민선8기의 정책 화두로 연대와 협력, 소통을 내세우고 있다. 전북도와 도내 시·군, 지역대학, 지역기업들과 협력하고 소통을 강화하며 전주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것이다. ‘협력’과 ‘소통’은 정책을 추진하는데도 중요하지만 개발 이익이 발생하고 반대로 상대적 박탈감이 야기될 수 있는 개발사업에서는 더욱 필요하다. 하지만 우 시장을 둘러싸고 ‘뒷이야기’가 잦은 편이다. 개발 정책이 성숙되지 않았고 시민 기대와는 달리 제 역할을 못하는 계약직 보좌진 대해서는 이제는 새롭게 교체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주시장의 성공적인 정책 수행 지원에 전념해야 할 보좌진이 ‘자기 정치’로 민선8기 정책 추진 동력에 되레 힘을 빼는 보좌관은 과감히 교체해야 한다는 고언도 들린다. 전주시의 변화에는 공감하면서도 초선 우범기 시장의 개발론에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