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금리 다시 올라간다...정부 ‘상생금융’ 재점화

은행 대출금리 다시 올라간다...정부 ‘상생금융’ 재점화

은행 대출금리 상승세, 원인은 미 기준금리
이복현, 금리인상 대비 상생금융 활성화 주문
가계대출 증가에는 '관리 가능' 유보적 입장
한은, 금감원과 입장 온도차…가계대출 우려

기사승인 2023-07-14 06:00:30
쿠키뉴스DB

은행의 대출금리가 다시 상승하고 있다. 정부가 금리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상생금융’을 강조했지만 시장 변화에 따른 금리 상승세는 못 막는 모습이다. 여기에 가계대출까지 증가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감독당국은 상생금융 활성화에 나설 계획이다. 사실상 은행에 대한 압박을 더 강화해 나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전날 기준 대출금리는 변동금리가 연 4.21~6.19%, 고정금리가 연 4.06~6.00%를 보였다. 최저금리가 지난달 각각 3.91%, 3.88%에서 4.21%, 4.06%로 올라선 상황이다.

은행 대출금리는 한국은행이 지난 2월부터 4연속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내렸지만 올라가고 있다. 이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 기조에 채권 금리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연준은 오는 27일 새벽에 끝나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7월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0.25%p(포인트)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그동안 올해 두 차례 금리인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반복해 왔다. 

감독당국도 미 금리인상 기대 영향으로 은행 대출금리가 오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그 요인을 분석해 보면 국내 수급도 있지만 사실은 향후 FOMC 전망에 따라 해외의 채권 시장 포지션에 따라서 국내 국공채 선물 포지션 조정으로 받는 영향이 제일 크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대출금리 상승 문제를 은행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상생금융’으로 풀어나가기로 했다. 이 원장은 같은날 임원회의에서 “7월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등이 국내 시중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 서민·취약차주 등에 대한 상생금융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은행권은 당국의 이러한 입장에 피로감을 호소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금리 인상의 원인이 시장에 있는 상황에서 당국의 압박은 은행으로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이미 당국의 주문에 따라 역마진을 각오하고 상생금융을 펼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출금리 인상과 함께 늘어나는 가계대출 규모는 가계부채의 시스템 리스크 우려까지 불러온다. 6월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2조3000억원으로 5월 보다 5조9000억원 증가했다. 은행 가계대출은 정부의 대출 규제와 부동산 시장 침체에 올해 3월까지 감소했지만 4월부터 반등해 6월까지 3개월 연속 증가했다.  

감독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에 대해서는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원장은 이와 관련해 “그렇게까지 걱정하실 건 아닌 것 같다”며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입장은 가계대출을 옥죄였을 경우 경기 부진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추락은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오지 않냐”며 “비슷한 맥락에서 가계대출도 급격히 줄어들 경우 어떤 문제를 (불러온다)”고 부연했다.

다만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은 감독당국과는 가계부채 인식에 다소 온도차를 보였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 금통위 직후 “이번 금통위 회의에서도 여러 금통위원들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많은 우려를 표했다”며 “중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줄이는 거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금은 단기적으로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자금흐름의 물꼬를 뜨는 미시적 대응이 필요하다”면서도 “가계부채가 예상 밖으로 늘어난다면 금리뿐만 아니라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등 여러 정책 옵션을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말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대출금리를 인위적으로 인하할 경우 부동산 시장이 다시 불안해 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며 “지금 대출금리를 더 인위적으로 낮추면 부동산 가격이 다시 뛰면서 시장이 과거와 같이 불안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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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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