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의 살려야 중환자도 산다…“정책적 지원 절실”

전담의 살려야 중환자도 산다…“정책적 지원 절실”

기사승인 2023-07-20 06:00:35
쿠키뉴스 자료사진

중환자 적기 치료를 통해 사망률을 낮추는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제도가 최근 대두됐지만, 의료 현장의 인력 한계 등에 부딪혀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병원 내 전담전문의 고용을 늘리려면 충원에 대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담의 상주하면 사망률 22% 감소”…재원기간·비용도 줄어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상급종합병원은 총 45개소, 종합병원은 중환자실이 있는 의료기관 전국 271개소 중 73개소가 중환자실 전담전문의를 도입했다. 복지부 보험정책과 관계자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중환자 의료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이면서 전담 전문의 도입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전담전문의 제도는 내과와 외과, 신경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주 5일 이상 평일 낮 시간대 중환자실에 상주하면서 환자를 신속하게 진단하고 적정 치료 방법을 결정하자는 취지를 담았다. 복지부는 지난 2015년 상급종합병원의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도입을 의무화하고 특별 지원 등 보상체계를 마련했다. 

전담전문의 제도 운영을 통한 효과는 최근 연구 결과를 통해 다시 확인됐다. 송인애, 오탁규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전담전문의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중환자실 내 사망률은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평균 22% 감소했다. 1년 내 사망률도 1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코로나19에 감염돼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들의 사망률은 평균 28% 낮아졌으며, 특히 예후가 좋지 않아 사망률이 높은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 환자의 사망률은 36%나 감소했다.

오탁규 교수는 “전담전문의는 진단과 치료 방향에 대한 전문적인 조언을 골든타임 안에 제공하기 때문에 사망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며 “전담전문의가 있는 병원에서 평균 재원 기간과 의료비용이 줄었다는 보고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집중 치료가 필요한 중환자들의 입실 결정과 함께 치료가 종료된 환자들의 무의미한 재원 기간을 줄이는 퇴실 시기에 대한 적절한 판단이 중요하다. 전담전문의들의 역할이 큰 이유도 그 때문이다”라며 “다른 진료 활동을 하지 않고 중환자실에서, 중환자 치료에 집중하는 전문가들이 존재하면 치료 성적도 좋아진다”라고 설명했다. 

전담의 1인당 22병상 담당…“수가 개선·인력 기준 필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제도는 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종합병원에서는 인력이 부족해 전담의를 도입하는 곳이 적고, 상급종합병원에서도 다수의 중환자실 중 한 곳에 겨우 배치하는 수준이다. 2020년 국내 중환자실 적정성 3차 평가 결과를 보면 전담전문의 한 명이 중환자실 병상 22.2개를 맡고 있다. 미국에서 권고하는 7.5병상보다 약 3배 정도 많다. 

오 교수는 “분당서울대병원의 경우 전담전문의 5명이 총 85병상을 담당한다. 1인당 17병상을 맡고 있는 셈이다”라면서 “대부분의 중환자실은 전담전문의가 부족해 법에서 정한 낮 근무뿐만 아니라 야근까지 하는 의료진도 있다. 과도한 근무 탓에 사직자가 속출하는 상황이다”라고 짚었다. 

이어 “특히 중환자 진료는 젊은 의사들이 기피하는 필수의료 중 하나로 지나친 업무량과 소송 위험 때문에 전담전문의가 되고자 하는 의사는 갈수록 줄고 있다”며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라고 밝혔다. 

홍석경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교수(대한중환자의학회 기획이사)도 “서울아산병원도 중환자실 전담전문의가 있지만 7개의 성인중환자실 중 한 병동에만 상주하고 있다”며 “법적으로 전담전문의가 1명 있으나, 3명이 있으나 수가는 1명분으로 책정하기 때문에 병원에서 인력을 고용하는 것을 손해라고 생각한다. 중환자의학 전문 과정을 밟은 세부 전담전문의가 1700여명 있는데도 실제 전담전문의로 활동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중환자실을 인력, 시설, 장비 기준으로 나눈 4단계 등급제를 정부에 제시했다. 병원 규모에 따라 필요한 중환자실의 전담전문의, 간호사, 병상 수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병원에서 이를 의무적으로 지키도록 하는 내용이다. 

홍 교수는 “인력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유명무실한 제도로 남게 된다. 병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전담전문의를 고용할 수 있도록 수가를 개선하고 법적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중환자 인프라를 확보하려면 인력, 시설, 장비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하고 별도 관리 감독, 보상을 적용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보험정책과 관계자는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제도의 필요성에 충분히 공감하며 빠른 시일 안에 입원료, 전담전문의 수가를 개선하고자 한다”며 “다만 등급제에서 제시하는 인력 기준은 현재 의사, 간호사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 종합병원 등에 바로 적용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인력 기준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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