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은 동료 교사를 지켜주지 못 해 미안하다고 호소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사망한 소식이 알려진 지난 20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만난 선생님들이었습니다. 무거운 공기 속에서 기자회견에 나선 그들의 말을 묵묵히 받아적었습니다. 잠시 고개를 들었을 때 문뜩 선생님의 눈물이 보였습니다. 10일이 넘게 지난 지금도, 먹먹해진 그날의 감정을 잊지 못합니다.
취재를 하면서 ‘이게 정말 사실인가’ 싶은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매번 들었습니다. 학생들의 싸움을 말리려고 손목을 잡아도 아동학대나 성희롱으로 고발당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있었습니다. 시험지에 틀린 답을 틀렸다고 채점하는 일도, 수업 중 돌아다니는 학생을 제지하는 일도, 화장실에 간다 말하고 다른 곳에 간 학생에게 어디 다녀왔는지 물어도 아동학대가 된다고 했습니다. “혹시라도 (학생들을) 제지하다 아동학대로 신고 당할까봐 그냥 맞는다”는 선생님도 계셨습니다.
동료 교사를 잃은 선생님들은 매주 토요일 거리로 나옵니다. 마치 갈 곳을 잃어 밖으로 나온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선생님들은 교육을 위해 학교에 왔지만, 이제 학교가 무섭다고 말합니다. 무분별한 아동학대와 과도한 민원에 하루하루 조용히 넘어가기만을 바라며 사는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초등교사 A씨는 “교직생활을 14년 하다 보니 착하고 바르던 아이들은 생각이 안 난다”리며 “말을 안 듣는 아이들과 학부모만 생각난다. 잘 가르치고 싶지만 트라우마가 생겨서 학생도 학부모도 너무 무섭다”라고 토로했습니다. 최근 6년 간 공립 초·중·고 교사 100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선생님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발표를 잘하면 칭찬 스티커를 받았습니다. 잘못을 저지르면 남아서 청소를 했습니다.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문화입니다. 아동학대죄로 고발될 수 있다고 합니다. 잘못하면 혼나고, 잘하면 칭찬받는 교육이 사라진 세상에, 선생님들이 설 곳은 없어 보입니다. 선생님들이 사라지면, 결국 피해는 아이들에게 옵니다. 어른들의 과도한 개입이 결국 아이들의 교육을 힘들게 합니다. 선생님들이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길 바랍니다. 교육과 제도를 다시 바로잡아야 가능한 일입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