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실적 발표 이후 KB만 웃었다…주가 급등 배경은

금융지주 실적 발표 이후 KB만 웃었다…주가 급등 배경은

4대 금융지주 상반기 실적 발표 후
KB금융 주가 10%대 상승, 6개월 박스권 돌파
신한금융 소폭 상승했지만 시장 상승률 하회
하나·우리 주가 하락, 실적 및 주주환원 저조

기사승인 2023-08-02 06:00:23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실적 발표 이후 투자자들의 냉정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KB금융지주의 주가는 10%대 상승한 반면 신한·하나·우리금융의 경우 주가 상승률이 코스피 지수를 하회하거나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실적 부진과 부족한 주주환원을 상반된 주가 행보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의 1주당 가격은 지난달 상반기 실적발표일 이후 10%대 상승했다. KB금융 주가는 지난달 25일 종가 기준 4만7650원에서 1일 10.80% 상승한 5만2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 1.16%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KB금융의 주가 상승은 기대 이상의 실적과 이를 바탕으로 실행되는 주주환원정책에 바탕을 둔 것으로 분석된다. KB금융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조996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2.2%(3262억원) 늘었다. 2분기만 놓고 봐도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23.9% 늘어난 1조4991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이면서 업계 1위 실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KB금융은 주당 510원, 총 2000억원 규모의 분기 배당을 결정했다. 추가로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도 실시하기로 했다. 앞서 KB금융은 1분기에도 주당 510원의 분기 배당과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나선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K금융의 본보기’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지배순이익은 컨센서스를 12% 상회했다”면서 “양호한 실적 개선세와 높은 자본비율을 감안하면 추가 주주환원 확대 가능성도 높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목표주가를 6만5500원으로 8% 상향 조정했다. 

신한금융의 주가 역시 실적 발표 이후 상승세를 보였다. 신한금융의 주가는 상반기 실적발표일인 지난달 27일 3만5150원에 거래를 마친 이후 1일 3만5950원까지 2.27% 상승했다. 다만 같은 기간 코스피가 2.42%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다소 저조한 주가 상승률이다. 

신한금융의 주가 상승이 저조한 배경도 실적 및 주주환원정책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신한금융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조626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1% 소폭 감소했다. 분기 기준으로 보면 2분기 1조238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6% 줄었다. 주주환원정책도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다. 신한금융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주당 525원(총2720억원)의 분기 배당을 결정했지만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규모는 1분기 13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줄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CET1 비율이 12.95%를 기록했는데 사측 관리 목표는 13%로 자산 성장 및 자사주 매입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부분”이라며 “13% 달성이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지만 분기 마다 환원율을 검토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2분기 13%를 하회함에 따라 다소 소극적으로 (주주환원을) 결정했다고 보여진다”고 밝혔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경우 실적발표 이후 주가가 하락했다. 하나금융 주가는 지난달 27일 종가 4만1200원에서 1일 3만9900원원으로 3.15%로 떨어졌다. 우리금융도 27일 1만2140원에서 1만1700원으로 3.62% 하락했다. 하나금융은 견조한 실적을 달성에도 소극적인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금융은 NH농협금융지주에 4위 자리를 내주는 등 실적 부진이 주가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하나금융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조209억원으로 지주 설립 이후 사상 최대 순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16.6% 늘어난 실적이다. 이와 함께 주당 600원(총 1720억원) 규모의 분기 배당을 결정했지만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없었다. 여기에 박종무 하나금융 그룹재무총괄(CFO)은 “당장 3분기에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은 없다”고 밝혀 주가 하락을 견인했다.

우리금융은 올해 상반기 10%가 넘는 순익 감소세를 보였다. 우리금융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53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67%(2233억원) 감소했다. 이는 NH농협금융지주의 상반기 당기순이익 1조7058억원 보다 낮은 실적이다. 우리금융은 대손충당금 확대와 함께 은행에 치우친 그룹 포트폴리오가 발목을 잡으면서 실적 하락을 피하지 못 했다. 여기에 첫 분기배당으로 주당 180원을 결정했지만 자사주 매입 및 소각과 관련한 발표는 없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의 주주환원 규모에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그는 “어닝 쇼크가 발생한 만큼 주주환원 규모는 기대했던 수준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이익 추정치를 10.6% 하향하며 목표주가도 기존 1만80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하향한다”고 밝혔다.

한편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소액 주주들 사이에서는 실적 발표 이후 주가 하락에 따라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하나금융은 최근 추진 중인 KDB생명 인수 대신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원하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높고, 우리금융의 경우 실적 부진을 두고 경영진을 질타하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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