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일본과 스웨덴에 이어 주요국 가운데 세 번째로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GDP는 우리나라 국경 내에서 생산한 재화 및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한 수치로, 경제성장률 지표로 활용된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을 통해 집계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세계은행(WB)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3만2142달러로 2021년(3만4998달러)보다 8.2% 감소했다. 감소율은 세계 경제 규모 30위권 국가와 OECD 회원국 등 총 47개국 중 일본(-15.1%), 스웨덴(-8.5%)에 세 번째로 크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2021년에 이어 47개국 중 세계 23위를 기록했다. 룩셈부르크(12만5558달러)가 1위를 차지했으며 노르웨이(10만6180달러), 아일랜드(10만4237달러), 스위스(9만1976달러), 미국(7만6360달러) 순이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순위의 국가로는 이탈리아(3만4109달러·20위), 일본(3만3864달러·21위), 러시아(3만2410달러·22위)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GDP 감소는 원화 가치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원화 기준 명목 GDP는 2161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9% 증가했지만 달러 기준으로는 7.9% 감소했다. 달러 기준 명목 GDP 감소율(7.9%) 역시 42개국 중 일본(-1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 평균은 1291.75원으로, 2021년 1144.32원보다 12.9% 올랐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지난해 석유 가격 상승 등 영향으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많이 절하됐는데, 순위가 오른 브라질, 러시아, 호주 등은 에너지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라 환율 영향이 없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주요국 대비 우리나라의 GDP 성장은 올해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우리나라 2분기 GDP 성장률은 0.6%를 기록했다. 우리 경제의 양대 축인 소비와 수출이 모두 마이너스(-) 전환하는 등 부진에 빠진 영향이다. 그나마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들면서 소위 ‘불황형 성장’을 이뤄냈다. 이에 앞서 1분기에는 0%대 성장률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주요 수출 대상인 중국의 경기 회복에 따라 GDP 성장세가 살아날 수 있다고 기대한다. 다만 중국의 경기 회복에도 한국이 누릴 수혜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1일 ‘최근 우리 수출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하반기 이후 IT 경기 부진이 완화되더라도 중국경제의 구조적 변화로 인해 수출이 과거와 같이 큰 폭으로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한국 제품의 중국 시장 내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IMF는 지난달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5%에서 1.4%로 0.1%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앞서 지난 4월 전망치를 0.2%p 낮춘데 이어 또다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 반면 미국과 일본,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의 성장률 전망치는 상향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