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금고 선정이나 기관·단체 입점은행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은행들이 막대한 돈을 쏟아 붙고 있다. 은행들은 대규모 저금리 수신이나 고객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어 출혈 경쟁에도 적극적이다. 하지만 은행들의 출혈 경쟁 비용은 결국 금융 소비자에게 떠넘겨 진다는 지적을 불러온다.
3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5개 대형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기업은행)이 지자체 금고 선정이나 기관·단체 입점은행에 선정되는 대가로 제공한 재산상 이익은 단일 기준으로 최대 100억원이 넘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단일 기관에 가장 많은 재산상 이익을 제공한 은행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공시를 통해 ‘창고 및 운송관련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특정 기관에 올해 6월까지 초과임차료 명목으로 107억8000만원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했다. 하나은행이 2018년부터 해당 기관에 제공한 재산상 이익은 총 745억3600만원에 달한다.
우리은행은 연금업에 종사하는 기관에 59억2400만원을 출연했다. 2018년부터 내년까지 우리은행이 해당 기관에 제공을 확약한 재산상 이익은 총 1152억9600만원에 달한다. KB국민은행은 경찰을 대상으로 51억2700만원을 기부했고,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제공한 이익은 총 206억원을 넘어간다.
여기에 신한은행은 지방행정집행기관에 24억1700만원을 출연했으며, 국책은행인 기업은행도 기타사회서비스 관리행정 기관에 15억원의 이익 제공을 확약하는 등 은행들은 수억원에서 백억단위의 이익을 제공하고 있다.
은행들은 이렇게 제공한 거액의 기부금이나 출연금, 초과임차료를 해당 기관 영업을 통해 회수한다. 지자체 금고를 운영하면서 저금리 수신을 확보하거나 지자체 및 산하기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대출 등을 통해 이익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공항의 경우 높은 환전 수수료를 통해 손실분을 회수한다.
문제는 출연금 등이 과도하게 지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의 과도한 재산상 이익 제공에 제동을 걸고 있다. 금감원은 ‘은행의 재산상 이익제공에 대한 내부 통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은행의 과도한 출연금 지급을 제한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2021년에 신한은행이 서울시 금고 선정 당시 제공한 출연금이 과도하다며 21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이 2018년 서울시 시금고 공개입찰 당시 전산 시스템 구축비용 1000억 원을 포함해 3015억 원의 출연금을 제시했는데 전산 시스템 구축비용이 300억원 가량 부풀려 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현행법에서 은행은 부수업무와 관련해 이용자에게 ‘정상적인 수준을 초과한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어 금감원의 제동도 한계를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시중은행의 출혈 경쟁에 대한 불만도 상당하다. 대형 은행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출혈 경쟁에 나서면서 지방은행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불만이다. 실제 50여 년간 조선대 주거래은행 자리를 지켜온 광주은행은 올해 주거래은행 자리를 신한은행에 넘겨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저원가성 예금이 줄어들고 신규 고객 유치가 쉽지 않아 기관 영업이 더 치열해 지고 있다”며 “경영진에서 기관 영업 강화를 주문하는 지시가 내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