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때도 없이 지나치게 땀이 나는 ‘다한증’ 때문에 스트레스 크다. 안 그래도 폭염으로 힘든 여름철은 다한증 환자에겐 지옥과 같다. 중요한 미팅 자리에서도 여지없이 겨드랑이와 손에 땀이 차고 냄새까지 난다. 마주한 사람에게 악수를 청하는 것조차 미안한다. 정진용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에게 무더위 속 땀과 전쟁하는 다한증 환자들의 치료·관리법에 대해 들어봤다.
Q. 다한증이란?
A. 다한증(多汗症)은 말 그대로 땀을 과하게 많이 흘리는 질환이다. 우리 몸은 피부가 열기를 느껴 체온이 37℃보다 높게 올라가면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다한증은 전신보다는 손이나 발, 겨드랑이, 얼굴 등에 국소적으로 땀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전체 인구의 0.6~4.6%가 다한증을 겪는 것으로 알려진다. 10~20대에서 주로 증상을 보인다.
땀은 피부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시키고 열을 발산해 체온을 조절하는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지만, 지나치면 본인의 불편함을 넘어 대인관계에서 적이 될 뿐 아니라 심한 경우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Q. 땀을 얼마나 흘리면 다한증을 의심해봐야 하나.
A. 날씨가 더워지거나 운동을 해 체온이 올라가면 몸 속 체온 조절 기능을 갖는 시상하부가 열 손실 신호를 내보낸다. 신호를 받은 교감신경은 신경전달 물질을 방출하고, 이에 자극을 받은 땀샘에서 땀을 분비한다. 하지만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땀이 난다면 다한증을 의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성인은 하루 600~800㎖의 땀을 흘린다. 컵으로 3~4잔 정도의 양이다. 여름에는 1~1.5ℓ의 땀이 나는데, 다한증 환자의 경우 하루 약 2~5ℓ의 땀을 배출한다. 병원에서 볼 수 있는 수액이 1ℓ인데, 하루 수액 2~5개 정도의 땀을 흘리는 셈이다.
맵거나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땀을 유독 심하게 흘리는 사람도 있는데, 이 또한 음식을 먹고 소화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낮추기 위한 것이다. 또 미각에 의해 자율신경계가 자극되면 땀이 날 수 있다. 자극적인 음식일수록 반응은 더 잘 나타난다. 매운 음식을 먹을 때 땀이 나는 것은 정상적인 신체 반응이다. 다한증과 다르다. 긴장을 하거나 초조해질 때 흐르는 땀도 마찬가지다.
Q. 다한증은 꼭 치료해야 하나.
A. 다한증은 원인에 따라 ‘일차성 다한증’과 ‘이차성 다한증’으로 나눈다. 일차성 다한증은 실온 34℃ 이상의 온도나 긴장 등의 감정 변화, 교감신경의 변화에 의해 발생한다. 손과 발, 얼굴. 겨드랑이 같은 특정 부위에서 땀이 많이 나는 상황이 1주일에 1회 이상 6개월 넘게 지속되고 가족력이 있다면 다한증을 의심할 수 있다.
이차성 다한증은 △내분비질환(갑상선기능항진증·당뇨·뇌하수체항진증·폐경) △신경계 질환(파킨슨병·뇌혈관질환·척수손상) △암(백혈병·림프종·신장암) △결핵 △비만 △가족력 등이 원인으로 알려진다.
다한증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거나 사회생활을 힘들게 하면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다한증은 원인이 다양하고 증상 정도 역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원인과 상태에 맞게 접근해야 개선 효과가 좋다. 이차성 다한증 같이 특정 질환이 원인이라면 다한증 치료와 원인 질병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Q. 다한증은 어떻게 치료하나.
A. 다한증의 치료에는 바르는 약, 먹는 약, 이온영동치료, 보톡스(주사) 시술 등이 있다. 바르는 약은 국소 다한증에 효과가 좋고 안전하며, 바르기 쉬운 장점이 있다. 하지만 효과가 일시적이고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다. 먹는 약은 전신 다한증에 효과가 있다. 다만 입 마름, 안구 건조, 변비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또 녹내장이나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와 함께 복용해서는 안 된다.
이온영동치료는 수돗물에 전기를 살짝 흘려 손발 다한증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보통 7회 이상 치료를 해야 효과가 나타난다. 부작용은 거의 없다. 보톡스 시술은 겨드랑이 다한증 치료에 유용하며 짧은 시술 시간과 빠른 회복이 장점이다. 다만 6개월마다 반복 시술이 필요하다.
Q. 치료 효과가 없다면 어떻게 하나.
A. 증상 개선이 없거나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교감신경절제술’이라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교감신경절제술은 흉강경 수술법으로 시상하부에서 열 손실 신호를 전달하는 교감신경 일부를 절제해 땀 분비를 줄이는 치료법이다. 다한증 부위에 따라 절제하는 교감신경의 위치가 다르다. 교감신경절제술은 특히 손 다한증 환자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치료로 인해 오히려 땀이 거의 나지 않는 ‘무한증’이 발생할 수 있다. 재발 가능성도 있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보상성 다한증’이다. 보상성 다한증은 손이나 발에 땀이 나지 않는 대신 다른 부위에서 땀이 나는 경우를 말한다. 가장 흔한 부위는 등이나 가슴, 배, 엉덩이 등이다. 보상성 다한증은 수술 후 70~80% 환자에서 경미하게 나타난다. 보상성 다한증 치료는 매우 어렵고 수술 전 상태로 돌리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의료진과 상의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만약 교감신경절제술 후 보상성 다한증이 생겼다 하더라도 실망하거나 치료를 중단하지 말고, 전문의와 함께 조절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