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폭염과 태풍 등으로 약 4만 명의 잼버리 대원들은 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전국 8개 시도로 흩어지자, 기존 잼버리 취지와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왔다. 세계 청소년들 간의 우정을 교류하는 ‘잼버리’가 ‘한국 관광’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공식 홈페이지에 적힌 잼버리 소개를 보면 ‘전 세계 150여 개 회원국에서 수만 명의 청소년들이 참가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 교류와 우애를 나눔으로써 청소년들이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하는 세계 최대의 청소년 국제행사’라고 적혀 있다. 실제로 지난 1일 대회 개막 이후 새만금에서 진행된 영내 프로그램은 활동적인 프로그램들이 대부분이었다. 떡볶이 조리와 김치 담그기 등의 문화 교류 프로그램부터 트레킹, 하이킹, 생존 캠프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아남자는 스카우트 정신을 새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들은 잼버리 대원들이 영지를 떠나면서 전면 취소됐다. 지난 7일 정부는 폭염, 위생, 벌레 등의 문제가 속출하면서 잼버리 대원들의 비상 대피를 결정했고, 각국 대원들은 텐트를 접고 뿔뿔이 흩어지면서 체험도 교류도 놓쳐 버렸다. 전국 지자체들이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내놓았지만, 대부분 박물관·미술관 방문과 전통문화 체험 등 실내 프로그램이었다.
11일 SNS 등에서도 잼버리 행사가 부실 운영 끝에 본 취지를 잃고 사실상 파행됐다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스카우트 본연의 정신을 훼손한 한국 잼버리로 기억될 듯”, “정부가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에게 만족스러운 경험을 선사했다고 과시하는 것이 냉소를 터지게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호텔 숙박, 관광과 여행, K팝 공연. 이런 것들이 스카우트 정신이고, 잼버리 대회인가”라며 “과정도 마무리도, 정신도 모두 훼손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잼버리 대회에 참가한 대원들도 영지를 벗어난 이후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온 크리스토퍼(16)군은 지난 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새만금을 떠나는 것이) 너무 아쉽지만, 이 결정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셔빈(19)군은 지난 9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에 와서 관광을 즐기는 것이 재밌다”면서도 “새만금에서 야영하지 못한 것이 아주 아쉽다”고 말했다.
다른 국가 대원들과 교류하지 못하는 것도 아쉬운 점 중 하나다. 영국에서 온 10대 스카우트 대원 해리 헵든은 지난 5일 다른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과 함께 서울 한 호텔로 이동해 머물러야 했다. BBC 보도에 따르면 그의 어머니인 엘렌 헵든은 “누구를 탓할 생각이 정말로 없다”면서도 해리가 다른 나라의 스카우트들과 어울릴 기회를 놓치게 되어 실망했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잼버리의 요점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잼버리 대회는 11일 오후 폐영식과 K팝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다. 12일부터는 국가별 계획에 따라 출국을 시작한다. 일부 국가는 한국에 더 머물며 지역 문화·체험을 지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