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기 주담대, 받을 수 있나요” 혼란에 빠진 소비자들

“50년 만기 주담대, 받을 수 있나요” 혼란에 빠진 소비자들

당국 가계부채 원인 지적에 농협은행 취급 중단
소비자들 ‘대출 한도·실행 여부’ 은행 문의 늘어
은행, 당국 가이드라인 준수 입장...‘나와야 안다’

기사승인 2023-08-22 06:05:01
쿠키뉴스DB

“다음 달 50년 만기 주담대를 받아 잔금을 치를 예정이었어요. 은행에 문의하니 지금은 대출이 되는데 다음 달은 모르겠다고 합니다.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나와 봐야 알 수 있다’는 답답한 소리만 해요”
(40대 시중은행 고객)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출 주범으로 몰리면서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결국 판매를 중단한 은행까지 나오자 대출을 계획하고 있던 이들의 은행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은행 소비자들은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에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50년 만기 주담대인 채움고정금리모기지론의 판매를 이달 말 종료할 예정이다. 농협은행은 앞서 5대 시중은행 가운데 정부의 대출 만기 연장 방침에 발맞춰 가장 먼저 해당 상품을 선보인 은행이다. 농협은행은 50년 만기 주담대를 2조원 한도 특판 상품으로 기획했고, 한도 소진에 따라 일단 판매를 중단한다는 입장이다. 이후 추가 판매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를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부담을 느낀 농협은행이 판매를 중단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악용된 것으로 판단하고 관련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6일 “대출한도를 늘리기 위해 50년 만기 대출이 사용되거나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서 소득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50년 만기 주담대가 DSR 규제 우회 수단으로 지목된 것은 대출 한도와 관련이 깊다. 대출 만기가 40년에서 50년으로 늘어나면 동일한 DSR 규제 아래 더 많은 대출한도를 받을 수 있어서다. 예컨대 연봉 6000만원인 직장인이 40년 만기 주담대를 받으면 한도가 4억1000만원이지만, 50년 만기일 때는 4억4000만원으로 올라간다. 여기에 월상환 부담이 줄고 중도상환이 가능한 점도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했다.

소비자들은 당국의 지적에 판매를 중단하는 은행까지 나오자,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출 한도는 물론 실행 여부 자체를 알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농협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5개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은 대출 중단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 다만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이에 맞춰 대출을 취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은행 창구에는 불안함을 느낀 고객들의 문의가 늘어나는 상황. 시중은행 관계자는 “농협은행이 대출을 중단하고, 연령제한이 생긴다는 말이 나오면서 고객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며 “주로 대출을 계획했던 분들이 대출의 실행이나 한도에 변화가 있는지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대출 한도나 실행과 관련한 문의가 들어오는데 지금은 정확한 안내를 해드리기 어렵다”며 “은행도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따르겠다는 방침이어서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정확한 안내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은행권에서는 앞으로 나올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두고 우려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연령 제한이 역차별 논란에 어려워진 만큼 가이드라인이 모호할 경우 은행 현장이 더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차주의 경제활동 기간을 산출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라며 “기간이 50년에 달해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으면 은행의 대출 심사를 두고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을 애먼 곳에서 찾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의 본질적 원인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한 데 있다”며 “그 결과 부동산 거래가 늘고 집값이 다시 상승하면서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0년 만기 주담대 규제는 땜질식 처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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