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책임, 꼭 학교에만 있나요”… 늘봄학교의 과제

“돌봄 책임, 꼭 학교에만 있나요”… 늘봄학교의 과제

기사승인 2023-08-23 17:10:25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도종환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교사노조연맹이 주최한 ‘늘봄학교, 한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온 마을의 참여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유민지 기자

내년부터 전국 모든 시·도에 초등 전일제 학교(늘봄학교)를 도입한다는 교육부 계획에 교원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전문가들은 학교에 돌봄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인프라를 활용하는 등 모든 정부 부처가 함께 돌봄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도종환,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교사노조연맹 주최로 ‘늘봄학교, 한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온 마을의 참여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늘봄학교는 초등 자녀를 둔 부모의 양육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학교에서 방과 후 교육과 돌봄을 제공하는 통합서비스다. 

발제를 맡은 전문가들은 늘봄교실의 운영과 책임은 학교가 아닌 지자체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최영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돌봄 체계의 주체를) 기존 교육부와 초등학교 중심에서 중앙정부와 시군구 중심인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가는 것이 옳다”고 설명했다. 이어 “돌봄 수요가 많으면 학교에 빈공간이 없을 수 있다”며 “정부는 별도 건물을 짓겠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넓은 공간 확보 어렵다. 지역사회 자원을 활용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마을 돌봄을 제안했다. 

한국이 모델로 삼는 독일 전일제 학교 역시 학교 밖 지역사회와 잘 연계돼있다. 최 교수는 “아동에겐 교육과 돌봄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지만, 꼭 교내에서 받을 필요는 없다”며 외부 공적 기관과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도종환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교사노조연맹이 주최한 ‘늘봄학교, 한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온 마을의 참여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유민지 기자

교육부 외 다른 정부 부처 역시 아동 돌봄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형모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늘봄학교의 목표는 아동 학력 격차 해소와 아동 행복 수준의 확대”라며 “늘봄학교에는 아동복지와 가족정책이 함께 가야한다. 가족정책이니 복지부, 여가부, 그리고 교육부가 함께해 일-가정 양립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동권 관점에선 늘봄학교 운영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송이 전 서울여성재단 연구위원은 “양육자와 달리 아동들은 학교 공간을 선호하지 않는다”며 “아동 관점에서 운영 개선 없이 운영시간을 확대하는 건 아동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구조 전체적인 개선 없이 돌봄 공백 문제를 공적 돌봄 확충과 운영시간 확대로 해결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전국 모든 학교가 하나의 원칙으로 같은 형태의 늘봄학교를 운영하면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동국 서울특별시교육청 대외협력팀장은 “어떤 지역은 인구가 3만명뿐이다. 초등학생이 1000명도 안 되는 지역도 있다”며 “그런 지역의 늘봄학교가 서울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교사가 현장에서 느끼는 한계와 개선방안 이야기도 나왔다. 방과 후 학교(돌봄)업무를 경험한 박영란 인평초등학교 교사는 “담임교사는 학생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일 외에도 업무가 많다”라며 “방과 후 돌봄 업무로 학급을 돌보는 데 소홀할 수밖에 없다. 일반 행정업무 등 모든 서류부터 학기별 공개수업, 만족도 조사, 시설관리, 심지어 악기 수리 요청까지 교사가 처리한다”고 말했다. 이어 “늘봄학교가 학교 교육과정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분리하고, 별도 인력과 전용 공간 확보가 필요하다”며 “늘봄학교를 지자체로 이관하거나 협력하는 지역단위 전담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유민지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