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은행이 강도를 맞았다...내 돈은 안전한가요 [알기쉬운 경제]

거래 은행이 강도를 맞았다...내 돈은 안전한가요 [알기쉬운 경제]

‘알기쉬운 경제’는 어려운 경제 용어 풀이뿐만 아니라
경제 뒷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를 이해하기 쉽게 전하고자 합니다.

기사승인 2023-08-24 06:00:31
강도 사건이 발생한 대전의 한 신협 모습.   연합뉴스

대전의 신협에서 최근 강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헬멧을 쓴 남성이 직원들을 흉기로 위협하고 현금을 들고 달아난 사건입니다.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범인을 추격했지만 끝내 검거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범인은 현재 베트남으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상 은행 강도 사건은 발생 직후 범인이 검거되기가 일쑤입니다. 앞서 올해 2월 충남 공주의 한 농협에서 발생한 은행 강도는 범행 직후 은행 직원이 범인을 쫓아가 검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난해 울산의 한 새마을금고 강도 사건도 범인이 이틀 만에 체포됐습니다. 피해금도 조기 검거에 따라 대부분 회수됐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범인이 해외로 도주한 경우 검거는 물론 피해금 회수조차 어렵습니다.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 입장에서 내 예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걱정이 되기 마련입니다. 특히 농협이나 수협, 신협과 같이 단위조합 별로 운영되는 금융기관의 경우 고객의 우려를 기우로 치부하기도 어렵습니다. 사고 금액에 따라 조합의 운영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은행 고객들이 이를 두고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은행들도 이러한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대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들은 은행 강도와 같은 범죄행위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해 놓고 있습니다. 금융기관 범죄종합보험(Blanket Bank Bond)이 이러한 위험에 대비해 은행들이 가입한 보험입니다.

금융기관 범죄종합보험은 은행 직원의 사기·횡령·배임 등 고의행위, 제 3자의 절취·강도·파손 등에 의한 금융기관의 손실을 보장하는 보험입니다. 최근에는 금융기관 임원 배상책임보험 및 금융기관전문인 배상책임보험과 함께 묶어 금융기관 종합보험으로 많이 취급되고 있습니다.

범인이 베트남으로 도주한 신협 역시 금융기관 종합공제(보험)에 가입한 상황입니다. 신협이 가입한 공제는 배상 한도가 20억원으로 피해금 회수가 불가능하더라도 공제를 통해 피해 전액을 보전받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종합보험이 사고 예방을 위한 은행의 노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보험이 은행의 모든 피해를 보전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건 발생 시점이나 대상, 방법 등 구체적인 조건에 따라 보상을 못 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례로 600억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한 우리은행의 경우 회수하지 못 한 피해액 전액을 회계상 손실 처리했습니다. 우리은행은 금융기관 종합보험에 가입했지만, 해당 사건은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결과로 보입니다. 여기에 당초 보상한도 역시 20억원에 불과했습니다.

그럼에도 은행 고객이 예금을 못 돌려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은행에 예금한 5000만원 까지는 예금보험공사에서 지급을 보증합니다. 농협이나 수협, 신협도 개별 중앙회를 통해 예금자 보호제도를 운영 중입니다.

은행권에서는 은행 강도 사건으로 발생하는 피해가 사실 크지 않다고 말합니다. 수십~수백억씩하는 대출이 부실화되는 것에 비하면 피해가 소규모에 불과하다는 전언입니다.

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부실화되는 것에 비하면 은행 강도는 사실 재무적으로 피해가 크지 않다”며 “다만 은행이 안전하지 않다는 이미지에 손님이 이탈할까 우려스러운 점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은행 강도 보다는 해킹 등 온라인 범죄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며 “온라인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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