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은행의 비금융업 허용...“반발 없을 수 있겠나”

늦어지는 은행의 비금융업 허용...“반발 없을 수 있겠나”

기사승인 2023-08-24 10:07:11
쿠키뉴스DB

금융당국이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 규제 완화 방안 밮표를 연기하기로 했다. 거대 자본인 은행 등 금융사가 비금융업에 진출할 경우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등 골목상권이 받을 충격을 좀 더 따져봐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24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말 발표 예정이던 금산분리 완화 방안에 대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등 비금융 분야 사업자들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금융위의 이같은 결정은 부처 협의 과정에서 나온 의견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는 당초 올해 3분기 금융산업 혁신을 위해 금산분리 개선안과 금융지주회사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7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인 한국의 위상에 맞는 글로벌 금융사 육성이 필요하다”며 “3분기 중 금융과 비금융간 융합을 통해 새롭고 혁신적 서비스가 출시될 수 있도록 금산분리와 업무 위·수탁규제를 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금융회사가 할 수 있는 비금융 업무 범위를 지정한 포지티브(열거주의) 방식을 유지하는 대신 업무 범위를 확대하거나, 진출 불가 업종만 제외하고 나머지 업무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포괄주의) 방식을 검토해 왔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우려가 제기되면서 규제 완화가 지연되는 모습이다. 실제 비금융업권에서는 그동안 은행의 진출을 반대해 왔다. 알뜰폰 시장이 대표적이다.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 ‘리브엠’은 금융당국으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인정돼 규제를 유예 받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입자만 이미 40만 명을 넘어선 리브엠을 두고 기존 이동통신사와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불공정한 게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거대 자본을 보유한 은행이 알뜰폰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도매대가 이하로 서비스를 공급해 불공정 경쟁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는 반발이다.

여기에 최근 금융권에서 횡령과 고객의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 등 본업과 관련한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비금융업 진출에 앞서 내부 단속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금융권에서는 금산분리 완화가 오랜 숙원인 만큼 좀 더 지켜보겠다는 반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무려 40여 년간 지켜져온 규제이다, 규제 완화의 필요성이 있지만 반발도 없을 수 없다”며 “논의를 거쳐 금융과 산업 양측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규제가 개선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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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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