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전임 문재인 정부의 방만 재정, 선거 매표 예산 탓에 국가채무가 급증했다고 지적하며, ‘건전재정 기조’ 유지 방침을 밝혔다. 핵심 분야 사업 중심으로 예산을 편성해 사회적 약자 지원과 미래를 위한 투자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29일 내년도 예산안 의결을 위해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제36회 국무회의에서 “치솟기만 하던 국가채무 증가세가 급격하게 둔화했다”며 “주요 국제 신용 평가사들이 우리나라 대외신인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우리 건전재정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총선을 앞두고 재정을 푸는 ‘매표 예산’이 아닌 건전재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대외신인도를 지키고 물가안정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건전재정 기조를 착실히 이어나가야 한다”라며 “일각에서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예산을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국채 발행을 통한 지출 확대는 미래세대에게 재정 부담을 떠넘기고 기업 활동과 민생경제 전반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선별적 지원 방침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정치 보조금 예산, 이권 카르텔 예산 등 불필요한 예산을 과감히 삭감했다”며 “진정한 약자복지 실현, 국방·법치 등 국가의 본질 기능 강화,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3대 핵심 분야에 집중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사회적 약자 △저출산 대책 △치안·국방 △재난 대응 시스템 △호국보훈 영웅 지원 △첨단기술 및 미래산업 △수출금융 지원 등을 거론했다. 우크라이나 재건 공적개발원조(ODA) 예산과 수산물 소비촉진 예산의 확대 방침 등이다.
윤 대통령은 “우선 선거 매표 예산을 배격해 절약한 재원으로 서민과 취약계층,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지원하겠다”며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생계급여의 지급액을 내년에 21만3000원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또 노인 일자리를 기존보다 14만7000개 늘어난 103만개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확대하고, 6년 만에 수당도 7% 인상하겠다고 덧붙였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국내 수산물 소비 위축을 해소할 소비 촉진 예산, 이상동기 범죄(묻지마 범죄) 대응을 위한 치안 역량 강화 예산, 국정과제인 ‘군 장병 월 200만원 달성’ 이행을 위한 장병 임금 확대 등 방침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국산 수산물을 안심하고 마음껏 드실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총 7400억 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겠다”며 “최근 ‘묻지마 범죄’에 근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경찰 조직을 철저하게 치안 중심으로 구조 개편하고 예산 배정도 조정하겠다”고 했다.
또 “국민들께 약속드린 대로 내년도 병 봉급을 35만 원을 추가 지급하여 2025년까지 ‘병 봉급 200만원’을 달성하겠다는 국정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국민 정신건강 예산’도 대폭 투입한다. 732억원 투입해 중증 정신질환자를 조기 발견·치료하고, 정신응급의료센터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국가 홍수 대응체계’ 개편에 6조3000억원을 투입, 전임 정부에서 지지부진했던 저수지 준설을 기존 7개에서 77개로 11배 확대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 바이오, 사이버 보안, 디지털플랫폼 정부 4대 분야에도 예산을 투입한다. 윤 대통령은 “4조4000억원을 투입하고, 원전·방산·플랜트 분야의 수주 지원을 위한 수출금융을 대폭 공급하겠다”고 했다. 또 부모 급여 및 육아휴직 급여를 확대하고 소아 의료 지원 예산은 5배 이상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ODA 예산 6조5000억원 편성 및 우크라이나 재건 ODA 예산 5배 확대 △인도·태평양 및 아프리카 등 전략 지역 ODA 6000억원 확대 △바이오·우주 등 미래전략 프로젝트 예산 2조5000억원 지원 △글로벌 연구개발(R&D) 협력 1조8000억원 지원 △핵심광물 공공비축 비율 확대 △외국인 숙련공 쿼터 7배 확대 방침 등도 밝혔다.
청년 대상 지원도 빠지지 않았다. 정부는 자립준비청년 수당은 현행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인상하고, 보호기간 종료 전후로 밀착관리를 받는 자립준비청년 2750명을 지원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기초 차상위 가구 모든 청년들이 다른 학생들과 같은 출발선 상에서 마음놓고 공부할 수 있도록 국가가 대학등록금을 전액 지원할 것이고, 기초 차상위 가구 자녀 둘째부터 전액 대학등록금을 지원하던 것을 모든 자녀로 확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정기국회 시작을 알리며 주요 과제 입법의 조속한 추진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와 민생을 챙기고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제출된 200여 건의 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라며 “입법을 시작으로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하는 국정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재입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께 고스란히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전재정을 위한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국가재정법, 채용 관련 불공정행위를 방지하는 채용절차법, 교권회복 관련 교원지위법, 노조회계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노동조합법, 우주 항공 산업 육성을 위한 우주항공청법 등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참석한 국무위원들에게 “이번 정기국회에서 우리 민생과 미래 먹거리를 다루는 주요 법안들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수 있도록 비상한 각오를 갖고 총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거듭 당부했다.
조진수·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