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의 키 캐릭터가 되어 53개의 키보드 키로 싸우는 ‘키보드워리어’가 되자.”
키보드의 모든 키를 활용해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 누가 상상이나 해본 적 있을까. ‘키키캐키캡’은 ‘WASD’, 방향키, 혹은 ‘QWER’ 등 만 줄곧 사용해온 기존 게임들과 달리 53개의 키를 활용해 플레이할 수 있는 로그라이크 게임이다. 특이한 게임 이름답게, 이 게임의 캐릭터는 ‘키보드 키’ 그 자체다.
이용자는 원거리 공격을 할 수 있는 ‘적축’, 근거리 공격을 할 수 있는 ‘청축’ 2가지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다. 이 키캡을 조작해 각종 컴퓨터 부품을 요격해야 한다. 적이 있는 쪽으로 키보드의 키를 눌러야 탄환이 해당 방향으로 발사된다.
로그라이크 장르답게, 웨이브를 클리어하면 상점, 전투, 랜덤, 회복 중 다음 스테이지를 골라 이동할 수 있다. 초반 아이템이 없을 때는 ‘딜 로스’ 방지를 위해 적이 있는 위치를 키보드에서 찾아 정확히 누르면 추가 데미지가 들어가도록 설계됐다. 스테이지를 지날 때마다 랜덤하게 주어지는 스킬 중 하나를 선택해 캐릭터를 강화할 수도 있다. 중력 반전, 넉백 탄환 같은 기믹도 존재한다.
이용자들은 “키보드 특유의 딸깍거리는 소리를 기반으로 한 타격감이 뛰어나다”, “다양한 로그라이크 게임을 즐겨왔지만 이렇게 플레이 방식이 신선한 게임은 처음”, “‘손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게임”등의 극찬을 내놨다. 키키캐키캡은 ‘2023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 페스티벌 2023)’에 혜성처럼 등장해 ‘루키부문’에서 수상했다.
학창시절 친구 넷이 모여 설립한 개발사 ‘이게게개임’. 프로그래밍 담당 홍준호 팀장을 지난달 27일 BIC 페스티벌 2023 현장에서 만났다. 그는 데모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줄을 선 관람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홍 팀장은 기자실에서 숨을 돌리며 개발팀의 구성을 소개했다. “프로그래밍, 음악, 기획, 아트 담당까지 총 4명으로 구성됐다. 중학교 친구들끼리 모여서 팀을 꾸렸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이들은 모두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잠시 멀어졌지만, 끊임없이 온라인으로 소통했다. 시간이 지나 대학교에 진학할 때가 되자, 누군가 “이참에 포트폴리오용 게임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하게 됐다. 포트폴리오라고 하기엔 게임이 너무 잘 나오자, “진짜 게임을 만들어보자”며 지난해 9월 키키캐키캡 개발을 시작하게 됐다.
이제 막 스무살이 된 네 명의 청년들에게는 흔한 사무실조차 없다. 학업으로 인해 서로 다른 지역에 살고 있어 온라인으로 게임 개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친구들끼리 이루어진 팀이다보니 회의 분위기가 굉장히 자유롭다”며 “회의는 디스코드로 화면공유 기능을 이용해 진행한다. 캐릭터 디자인, 보스 패턴, 아이템 등을 어떻게 기획할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방향성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팀 이름은 ‘이게 게임 개발임’을 줄여서 이게게개임이 됐다. 게임 이름은 ‘키보드 키 캐릭터 키캡’을 줄여서 키키캐키캡이 됐다”고 웃으며 말한 그는 “어차피 ‘키보드 게임’이라는 이미지로 인식될 테니, 게임 제목으로 관심을 끌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신선하고 창의적인 방식의 게임을 개발하게 됐을까.
홍 팀장은 “게임이라는 매체는 단순히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홍 팀장의 머릿 속에는 이용자가 상호작용하는 매개체는 키보드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키보드만의 특징을 생각하던 도중, 이토록 많은 키를 다 사용하는 게임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별적인 키에 모두 다른 상호작용 기능을 넣기엔 무리였다. 게임 개발 방향은 키의 위치를 바탕으로 한 게임을 만들자는 쪽으로 전환됐다.
이용자들은 BIC 홈페이지 댓글을 통해 ‘백축’과 ‘흑축’, ‘갈축’ 캐릭터도 업데이트해달라며 개발팀에 요청했다. 홍 팀장은 “업데이트 계획이 있다. 능력도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에 의하면 갈축은 ‘창’같은 무기처럼 활용할 수 있고, ‘무접점’은 누른 키의 위치로 순간이동하고 방향키로 공격하는 기능을 할 수도 있다.
일부 유저들은 오른손으로 공격을 피하며 왼손으로는 키보드 전 범위를 커버하는 조작법이 쉽지 않다는 피드백을 내놓기도 했다. 이와 관련 홍 팀장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정확한 키’를 누르면 더 강한 공격이 나가는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조작방식이 어려운 것은 게임의 특징 중 하나로 봐달라”고 전했다. 키보드의 모든 키를 써보자는 것이 게임의 주제인 만큼 이용자의 이해를 구한 셈이다.
그는 이어 “초기에 비해 피격 판정과 적 배치 위치를 많이 개선했다. 난이도를 줄이기 위해 ‘회복 방’이나 ‘상처 회복 시스템’을 넣었다. 적의 숫자와 공격 속도도 줄였다”며 “그럼에도 난이도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다. 너무 쉬워서 재미없진 않을 정도로 난이도를 낮출 생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게임의 BM(수익 모델)은 ‘타이틀 판매’다. 홍 팀장은 “모바일 게임도 아니고 인앱 결제도 없어서 타이틀 판매에만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흥행에 대한 걱정이 없다. 홍 팀장은 “처음에는 대부분 게임 이름에 관심이 끌려 오신다. 그런데 잘 즐겨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며 “이용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플레이할 뿐 아니라 피드백도 잘 주신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최근 개발팀의 화두는 다름 아닌 ‘군대’다. 그는 “내년 2~3월에 게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히며 “그렇게 해야만 한다. 내년에 모두 군대에 가야한다. 군대로 가기 전에 최대한 빨리 완성해야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홍 팀장은 “군대를 다녀온 뒤에도 개발을 이어갈 수 있다”고 웃어보였다.
“그때도 여전히 좋아하는 방향의 게임을 만들 것 같아요. 음악감독님이 스트리머 ‘케인’과 ‘랄로’의 팬인데, 그들의 팬게임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요”
부산=차종관 기자 alone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