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참으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 미련함이 (서이초) 선생님을 아프게 할 줄 몰랐습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교육부의 엄정 대응 방침도 교사들의 외침을 막을 수 없었다.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49재 추모일이자 ‘공교육 정상화의 날’인 4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앞에 다시 교사들이 모였다. 최근 나흘간 교사 3명이 추가로 사망한 상황에서 교사들은 서이초 사건의 진상규명과 교권 보호 입법안 마련을 촉구했다.
교사, 학부모, 학생 등은 사망한 서이초 교사의 49재를 추모하기 위해 일찍부터 국회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회 시작 2~3시간 전인 오후 1시부터 이미 국회 인근 카페는 검은 옷을 입은 이들로 만석이었다.
오후 3시30분 사망한 서이초 교사에게 바치는 카네이션 헌화가 시작됐다. 학생들에게 받았어야 할 카네이션이 국화꽃 대신 놓였다. 검은 옷을 입은 집회 참가자들은 헌화를 위해 긴 줄을 섰다.
오후 4시30분 추모집회는 묵념으로 시작됐다. 이어 사회자의 선창으로 집회 참가자들은 “진상규명이 추모다. 진실을 알고 싶다”, “교권 보호 합의안을 지금 당장 의결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4대 종교계도 깊은 애도를 표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추모에 대한 부당한 탄압을 멈추고 선생님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강조했다.
사망한 서이초 교사의 어머니가 쓴 편지를 대독하는 시간도 가졌다. 엄숙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 곳곳에서 눈물과 탄성이 나왔다. 9월4일을 기념하기 위해 94초간 침묵을 지키는 ‘침묵 94초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이날 연단에 선 한 유치원 교사는 “친구에게 기분이 나쁘면 학교폭력이고, 교사에게 기분이 나쁘면 아동학대가 되는 게 현실”이라며 대한민국 교육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이런 사회와 교내 구조가 잘못이지, 고 서이초 교사는 잘못이 없다”며 “고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 선생님을 편히 보내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석하면 징계하겠다는 교육부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연단에 오른 한 고등학교 교사는 “국화꽃을 올리고 검은 리본을 묶으며 울던 날로부터 49일이 지났다”며 “무엇이 변했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는 “교육부는 선생님들의 눈물겨운 외침을 듣기는커녕 오늘 하루의 멈춤도 파면, 해임, 징계라는 무기로 입을 틀어막았다”고 비판했다.
초등학생 아이와 추모 집회에 참석한 교사 A씨 역시 “교육부가 징계, 해임, 파면 등을 거론한 것에 오히려 더 반감이 들어 집회 참석 인원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부의 역할은 교사들의 집회 참석을 독려해 진상규명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서이초 사망 교사 사건의 진상규명 △안전하고 존중받는 교육환경 조성 △5개 교원단체가 발표한 ‘교원보호 입법발의 공동안’ 의결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권은희·이태규·정경희 국민의힘 의원과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민석·강득구·강민정·김영호·문정복·서동영·안민석·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정희 정의당 대표, 배진교·이은주·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전국 37개 학교가 임시휴업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초등학교(6286개)의 0.59%에 해당한다.
유민지 임지혜 기자 m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