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9월 5~11일 아세안 정상회의와 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5박7일 간 최소 14개국 정상들과 별도 양자회담을 갖고 ‘부산 세일즈’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부인 김건희 여사도 ‘부산 이즈 레디’(Busan is ready) 키링이 달린 손가방을 들고 인도네시아 출국길에 올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의 이번 순방 핵심 목표로 △한-아세안 연대 구상 본격 추진 △글로벌 책임 외교 구현 △부산엑스포 총력전 전개 등 세 가지를 꼽은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과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2014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개최했던 부산과 아세안 정상들의 특별한 인연을 강조할 예정”이라며 “이로 인해 아세안을 포함한 전 세계와 한국의 성공적인 발전 경험을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각국이 2030 세계박람회 유치를 지지해 줄 것을 적극적으로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윤 대통령은 취임 후 해외 순방 때마다 부산엑스포 지지를 당부하는 등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 뛰어왔다. 해외 순방마다 파트너국을 대상으로 종횡무진하며 엑스포 지지를 얻기 위한 스킨쉽에 나섰다. 연쇄 정상회담을 갖는 강행군 속에서도 부산 엑스포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지난 6월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BIE 총회에서는 대한민국 PT연사로 직접 나서 약 9분 간 영어 연설도 진행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경쟁국 누구도 택하지 않은 ‘보답’ 테마를 통해 과거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았던 부산이 오늘날 ‘글로벌 항구도시’로 거듭났으며, 한국은 BIE 회원국을 대상으로 총 1258개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해 큰 박수를 끌어냈다.
윤 대통령의 강한 의지에 발맞춰 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은 이달 초부터 파리TF를 현지에서 총괄 지휘하며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마지막 전략 수립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IE 회원국 파리 주재 대사들에게 투표권이 있는 만큼, 스킨쉽을 넓혀 마지막 엑스포 지지를 끌어올리겠다는 승부수로 풀이된다. 파리TF는 현지에서 BIE관계자는 물론 유럽 아프리카권의 주요 인사와 매일 회동하고 있다. 표심이 유동적인 국가가 필요로 하는 맞춤형 전략을 제시해 유치 지지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부산 엑스포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유치전에 적극 동참한다. 정부는 각 부처 장관을 특사 자격으로 이른바 ‘전략 지역’에 투입할 계획이다. 외교 부처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한동훈 법무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엑스포 유치전에 뛰어든다. 한 장관은 유럽에서 출입국과 비자 면제, 이 장관은 아프리카에서 전자정부 구축과 새마을운동 수출을 논의한다.
기업도 전방위적인 유치전 홍보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도 엑스포 개최 후보지인 부산을 알리는 데 종횡무진하고 있다. 특히 부산 엑스포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목발을 짚고 출국길에 올라 눈길을 끈 바 있다. BIE 총회 각국 대표단에 부산엑스포 유치 의지를 각인시키고자 직접 목발에 엑스포 로고를 붙이는 아이디어를 냈다는 후문이다.
‘부산 엑스포 총력전’은 다음 달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UN) 총회에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78차 유엔 총회는 다음 달 중순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기조연설을 하는 등 총회 일정 동안 뉴욕에 머무를 예정이다. 50개국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윤 대통령은 많게는 하루 10여 명의 정상과 만나는 강행군에 돌입한다. 유엔 회원국은 현재 193개국으로 대부분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이다. 정부와 대통령실은 양자 회담 위주의 정상회의를 성사시키기 위해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도 여야를 막론하고 유치전에 힘쓰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6일부터 14일까지 7박9일간 캄보디아와 말레이시아를 공식 방문한다. 김 의장은 순방기간 양국 의회 수장과 전·현직 총리 등을 두루 만나며 방산·인프라 투자 확대 등 경제·개발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부산엑스포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유치위 부산엑스포 유치 성공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11월 개최지 최종 선정을 앞두고 있는 2030 세계엑스포 유치전에서 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맹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사우디를 지지하던 국가들이 지지 철회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반정부 언론인 토막 살해 사건․에티오피아 난민 학살 등 무자비한 인권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도 사우디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엑스포 개최지는 오는 11월28일 후보국 5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마친 뒤 179개 회원국의 비밀투표로 결정된다. 특정 국가가 1차 투표에서 3분의2 이상을 얻지 못할 경우, 1·2위가 다시 경쟁하는 결선투표제 방식이다.
당초 2030엑스포는 부산을 포함해 러시아 모스크바, 이탈리아 로마, 우크라이나 오데사,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등 총 5개국이 신청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탈락하며 현재 한국, 사우디, 이탈리아의 3파전으로 좁혀진 상태다. 이 중 사우디 리야드가 부산의 최대 경쟁도시로 꼽힌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