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 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새만금 관련 예산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부처 반영액에서 무려 78%가 난도질당한 사태를 놓고 이를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한 전북 도민들의 분노가 들풀처럼 일어나고 있다.
앞서 지난 7일 오후 5시 국회 본관 앞에서는 정부 여당이 새만금잼버리 파행에 따른 책임을 전라북도에 전가하면서 새만금 SOC 예산 대폭 삭감의 부당함을 알리고 국회 예산심의 단계에서 증액을 요구하는 범도민 규탄 집회가 열렸다.
도민 2천여명이 참석한 이날 집회에서는 전북에 지역구를 둔 김성주(전주병) 김윤덕(전주갑) 안호영(완주·무주·진안·장수) 신영대(군산) 윤준병(정읍·고창) 이원택 의원(김제·부안)과 전주을 이병철 지역위원장, 남원임실순창 박희승 지역위원장 등 8명이 삭발을 감행했고 한병도(익산을) 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은 14일 기획재정부 앞에서 삭발하기로 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새만금 예산의 회복 없이는 국민 통합과 국토 균형 발전, 그리고 호남에 대한 애정을 얘기할 자격이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새만금 개발의 신속성을 강조한 게 엊그제인데 어떻게 하루아침에 사업을 중단시키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전북도민 수천여명이 국회에 집결해 지역 차별적 행태에 저항한 것은 2011년 4월 공기업 지방 이전 과정에서 토지공사가 합병돼 진주로 자리를 잡은 LH 사태 이후 12년 만이다.
정운천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새만금 사업이 국가 정책인가 전북도 정책인가”라고 물었고, 한 총리가 “분명히 중앙정부 정책이다. 새만금개발청이 새만금에 대한 개발 계획과 집행, 기업 유치 등 모든 것을 담당하고 있다”고 답변하자 새만금 예산의 복원을 주문했다.
전북도민은 같은 날 국회 안팎에서 새만금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고 예산 복원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전북도의원 14명도 5일 도의회 청사 앞에서 “정부와 정치권은 새만금에 대한 정치공세를 중단하고 예산을 살려내라”고 촉구하며 삭발 투쟁에 나섰다. 또한 일부 도의원은 단식 투쟁에 돌입하기도 했다.
정치권의 목소리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은 전북 출신의 원로들이 한목소리로 나섰다는 것이다. 원로들이 내놓는 지혜와 혜안은 무게가 있고 국민들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하다. 전북 원로들의 ‘새만금 호소문’은 전북 원로의 시국선언이라 할 수 있다.
전북 원로들이 한 현안을 놓고 한 자리에 모여 전면에 나선 것은 극히 드문 일로 최근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잼버리 이후 전북 새만금 예산을 보면서 참 안타깝게 생각된다”며 “여야 할 것 없이 그동안 책임이 있는 분들이 모인 만큼 힘을 합치자”는 말로 ‘전북의 단결’을 촉구했다.
김덕룡 전 부의장도 “잼버리로 인해 새만금이 비하되거나 폄훼되어서는 안 된다”며 “새만금은 전북 미래이기도 하지만 국가사업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은 “잼버리와 새만금은 이성적으로 분리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정쟁 연장선으로 가서는 안 되고 원로들이 나서서 국민들에게 호소해 마음을 풀어줄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다.
이 전 소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환경단체들이 새만금 개발 중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을 때 새만금 개발의 필요성을 판결해 논란을 종식시킨 대법관으로 새만금의 효용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원로이다.
새만금 개발은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인 만큼 정치권은 정파를 떠나 의지를 결집하고 정부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원로들의 충정이 담긴 호소다.
새만금 관련 전북도의 집회는 대부분 민주당이 주축이 되고 있지만 새만금 개발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한 정부의 국책 사업이었던 만큼 정파적 프레임은 당연히 경계돼야 한다. 이는 정치권과 관계없는 도민들의 호소를 정치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정부 투쟁과 함께 일부에서는 정부의 새만금 예산 삭감 폭탄은 이미 언론을 통해 예고돼 있었는데 이에 대비하지 못하고,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을 삭감한 후 뒤늦게 투쟁에 나서는 지역 정치권의 무능한 모습을 지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새만금 위기는 상식적이지 않다. 상처 난 도민들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꽉 막힌 현안을 풀 중재와 조정의 해법은 찾아보기 어렵다. 국가예산을 심의하는 ‘국회의 시간’ 주어졌지만 180석에 이르는 거대 야당의 목소리도 일사불란하지 않은 모양새다.
새만금이 멈추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늦춰진다. 결사항전의 자세로 새만금 개발이 본연의 모습을 찾을 때까지 도민과 출향 도민들의 의지를 결집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