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가계대출 증가를 주도하고 대출 취급에 문제가 있다고 지목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가장 많이 취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금융감독원이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50년 만기 주담대 신규 취급액은 총 8조3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농협은행 취급액이 2조8000억원으로 전체의 33.7%를 차지했다. 농협은행에 뒤이어 하나은행이 1조7000억원으로 전체의 20.5%를 차지했다. 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의 취급액이 전체 50년 만기 주담대 신규 취급액의 절반을 넘어섰다.
나머지는 수협은행(1.2조원), KB국민은행(1조원), IBK기업은행(0.9조원) 등에서 취급됐으며,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취급액이 10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지방은행의 경우 대구은행(0.2조원), 경남은행(400억원), 전북은행(100억원), 광주은행(20억) 등의 순이었다.
금융위원회는 전날 가계대출 급증에 따라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DSR 산정시 만기를 40년으로 제한했다. 그러면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7~8월 가계대출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설명했다. 특히 은행권이 50년 만기 주담대를 취급하면서 차주의 상환 능력은 고려하지 않고 대출을 남발한 것으로 지적했다.
김태훈 금융위원회 거시금융팀장은 “(은행이 대출을 취급할 때) 갚을 수 있을 만큼 빌리고 처음부터 나눠갚는 원칙이 가장 중요하다. 기계적으로 DSR을 집행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차주가 실제로 갚을 수 있는지, 경기나 주택가격, 금리 변동에 따라 차주가 부실 위험에 처할 수 있는지 은행이 세세하게 살펴보고 대출을 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은행들의 기본이지만 50년 만기 주담대의 경우 이런 부분이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며 “특히 일반적인 주택담보대출과 연령 구성이 거의 똑같았다. 장기 대출을 취급하면서 그런 부분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50년 만기 주담대의 취급 연령대를 보면 40~50대가 4조7000억원으로 전체의 57.1%를 차지했다. 더욱이 60대 이상에도 50년 만기 주담대가 1조1000억원(12.9%) 취급됐고, 30대 이하는 2조5000억원(29.9%)에 불과했다.
결국 금융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의 DSR을 산출할 때 만기를 40년으로 줄여 반영하도록 행정 지도에 나섰다. 이 경우 실제 만기는 50년 이지만 DSR 산정만기 감소로 대출 한도가 감소하는 효과를 불러온다. 여기에 당국은 대출시 향후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하는 ‘스트레스 DSR’ 도입을 예고했고, 은행들의 대출 행태에 대한 실태 검사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수협은행,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을 대상으로 금감원 실태 검사가 진행 중이다. 내달 11일부터는 기업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전북은행, SC제일은행, 토스뱅크를 대상으로 실태 검사가 진행된다.
금융당국은 실태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은행권의 대출 행태와 관련한 추가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