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분만 인프라…“불가항력 의료사고 면책권 적용돼야”

무너지는 분만 인프라…“불가항력 의료사고 면책권 적용돼야”

15일 ‘분만 인프라 붕괴와 의료소송의 현실’ 국회토론회 개최
젊은 산부인과 의사 47% “분만 안 맡아”…의료사고 우려
“고위험 산모 24시간 진료, 최소 5인 이상 전임교수 필요”
정부, 대학병원 집중치료실·고위험수술 보상 강화 검토

기사승인 2023-09-16 06:00:31
15일 ‘분만 인프라 붕괴와 의료소송의 현실’을 주제로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토론회를 통해 분만 인프라 지원방안이 논의됐다. 사진=신대현 기자

환자 진료 경험이 풍부한 숙련자든, 이제 막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젊은 의사든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의료소송은 골치 아픈 문제다. 의료소송은 분만을 기피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분만 기피에 따른 분만 인프라 붕괴를 막기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주관한 ‘분만 인프라 붕괴와 의료소송의 현실’이란 주제의 국회토론회가 15일 국회박물관에서 개최됐다.

산부인과는 대표적인 필수의료과로 꼽히지만, 소위 ‘비(非) 인기과’이기도 하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저출산 등으로 임신부가 줄면서 산부인과 지원 전공의도 감소하는 추세다. 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산부인과 전공의 충원율은 100% 충족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지원하는 의사도 줄고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전공의 수련과정을 마치고 전임의가 돼서도 분만을 담당하지 않겠다는 젊은 의사들이 많다는 것이다. 

지난 2021년 보건복지부의 ‘모자의료 지원사업의 전문 인력 운영 및 제도적 지원 방안’ 연구 결과를 보면, 젊은 산부인과 의사 110명(4년차 전공의 82명·전임의 28명) 중 47%는 분만을 맡지 않겠다고 했다. 분만을 담당하지 않는 이유로 79%가 “분만 관련 의료사고 발생을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의료사고에 따른 의료소송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것이다.

이에 산부인과 의사들은 분만을 포함한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해 전액 국가가 부담하는 ‘의료사고 공적보상 제도’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설현주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의료소송은 의사들의 진료 행위를 위축시키고 전공의들의 향후 진로에도 영향을 준다”라며 “의사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가항력적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료인에게 면책권을 주고, 피해를 입은 산모와 가족에 대한 합리적이고 적정한 국가 차원의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산부인과 수련을 마친 젊은 의사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산부인과 의사를 그만두는 상황이 안타깝다는 한탄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김석영 가천대 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젊은 의사들은 저출산이 심화될수록 환자군 자체가 줄어드는 문제와 열악한 분만 인프라, 의료소송 위험성 등에 대한 우려가 크다”라며 “젊은 산부인과 의사들이 병원에 남지 않고 떠나는 것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 때가 많다”라고 전했다.

의사 이탈뿐 아니라 분만기관이 사라지는 것도 분만을 어렵게 한다. 건강보험통계연보를 보면 2007년 전국 1027곳이었던 분만 기관은 2019년 531곳으로 487곳이 문을 닫았다. 배진곤 계명대 동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지역 분만 기관 폐업을 억제하고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의 분만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 중요하다”라고 짚었다. 아울러 “분만기관과 함께 고위험 분만을 책임지는 산부인과 교수가 사라지고 있다”라며 “고위험 산모의 24시간 진료를 위해서는 최소 5인 이상의 전임교수가 필요한 만큼 고위험 분만 관련 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라고 피력했다.

정부는 분만 인프라 유지를 위해 관련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신욱수 복지부 공공의료과장은 “지역 여건에 따른 자원 분포 불균형 해소를 위해 지역별 차등화 된 수가를 도입해 적용 범위 확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라며 “고위험 분만 지원을 위해 시설·인력을 갖춘 분만의료기관(대학병원)의 집중치료실과 고위험수술 보상 강화를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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