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출산’ 가능해진다… 보호출산제, 국회 본회의 통과

‘익명 출산’ 가능해진다… 보호출산제, 국회 본회의 통과

위기임산부 지역상담기관 전국 10곳 설치 예정
익명 출산 의료비 전액 지원… 친모·자녀 동의 시 정보 제공
조규홍 장관 “모든 임산부 안전하게 병원서 출산할 길 열려”

기사승인 2023-10-06 17:06:50
국회 전경. 사진=박효상 기자

출생신고 없이 태어난 영아가 살해·유기된 사건을 계기로 필요성이 대두된 보호출산제가 국회 문턱을 넘었다.

여야는 6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대한 특별법’ 제정안을 재석 230명 중 찬성 133명, 반대 33명, 기권 63명으로 의결했다. 보호출산제는 위기임산부에 대한 체계적인 상담·서비스 연계 등과 보호출산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호출산제는 지난 6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출생통보제의 대안으로 부상했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출생 사실을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는 제도로, 신원 노출을 꺼리는 산모의 ‘병원 밖 출산’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보호출산제는 사회·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위기 임산부가 익명으로 출산 및 출생신고를 할 수 있고, 출산한 산모가 신원을 숨기더라도 지방자치단체가 아동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임신이나 출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을 보호하는 동시에 아동에게 안전한 양육환경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법안은 보호출산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하기에 앞서 임산부가 직접 아동을 양육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는 것을 우선한다. 

위기임산부를 위한 지역상담기관이 설치되어, 경제적·사회적·심리적 어려움으로 출산과 양육에 관해 고민하는 임산부들이 다양한 상담과 서비스 연계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김지연 복지부 아동복지정책과장은 지난달 21일 사전설명회를 통해 “지역 상담기관은 전국 10개 기관 설치를 목표로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지원에도 불구하고 출산 사실을 노출하고 아동을 직접 기르기 어려운 임산부가 있다면 가명과 관리번호를 사용해 의료기관에서 산전 검진과 출산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의료비는 전액 지원된다. 

아이가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후 임산부는 최소 7일은 아동을 직접 양육하기 위한 숙려기간을 거쳐야 하고, 이 기간이 지나면 지방자치단체에서 아동을 인도해 입양 등의 보호 절차를 밟는다. 

아이가 나중에 친모의 정보를 찾고 싶을 경우 공개할 여지도 남겨놨다. 산모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되 출생 기록을 남겨 현행 입양 시스템처럼 추후 산모, 자녀의 동의 하에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보호출산 특별법은 약 1년 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7월19일 의료기관 출생통보제와 함께 시행될 예정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번 법 제정을 통해 위기임산부들이 체계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어떤 임산부라도 안전하게 병원에서 출산하는 길이 열려 산모와 아동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면서 “보호출산제가 의료기관 출생통보제와 함께 내년 7월19일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법안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이날 표결에 앞서 “아동 살해와 유기 사건의 대부분은 원치 않은 임신, 경제적 어려움 등 사회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발생했다”며 “경제적 형편이 어렵거나 체류 자격 등 갖가지 이유로 여성들은 보호출산제 하나의 선택지만 강요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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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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